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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는 55만 6천 원, 녹용은 55만 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책상 위에 놓인 약병과 약봉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나이가 들면서 늘어난 것 중 하나가 약입니다. 반면 통장 잔고와 몸의 기운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나는 50대 후반에 대장암 3기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일을 겪은 뒤 병원과 약은 내 생활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었습니다.건강을 위해 필요한 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할까?'그러던 어느 날, 뒷산에서 만난 한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그 사람처럼 건강하게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55만 원짜리 녹용을 사려고까지 했습니다.하지만 그때 내 통장에는 55만 6천 원이 전부였습니다.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부러..
2026.10.23 -
70대 혼자 떠난 부산 용두산공원, 낯선 사람과 보낸 하루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특별한 약속도 없었고, 함께 나가자고 연락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부산의 가볼 만한 곳으로 용두산공원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그래, 오늘은 저기나 한번 가보자.'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바람이라도 쐬고 오는 편이 낫겠다 싶었습니다.목욕을 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용두산공원에 도착하니 오전 9시쯤이었습니다.공원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 혼자 걷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정말 혼자 온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날은 함께 다니는 사람들만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집에 있을 때는 답답해서 나왔는데, 막상 사람..
2026.10.23 -
“도서방하고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다”던 장인어른
요즘 부산추모공원에 모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돌아오는 길이면 장인어른 생각도 납니다.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흘 뒤, 장인어른도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장인어른을 떠올리면 오래전 함께 꼼장어를 먹던 날이 생각납니다.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날이었습니다. 식당에 마주 앉아 은박지 위에 양념한 꼼장어와 양파, 대파를 올려 구우며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장인어른은 저를 늘 '도서방'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날도 산 이야기와 땅 이야기를 하셨고, 저는 그 말씀을 들으며 술잔을 채워드렸습니다.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장인어른에게 저는 늘 '도서방'이었습니다그날은 아들이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무렵입니다.장인어른은 손자가 키울 강아지를 고르는 일을 도와주시겠다며 오셨..
2026.10.22 -
66세 시골집 대출 3억 5천만 원, 팔리지 않는 집에서 중장비를 배웠습니다
은퇴한 뒤 아내와 함께 시골에서 살았습니다.조용한 전원주택에서 농사도 조금 지으며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골에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생활과는 많이 달랐습니다.우리가 매입한 집과 땅은 약 4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그중 3억 5천만 원은 대출이었습니다.처음에는 2~3년 정도 보유하다가 다시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집을 매물로 내놓은 뒤 약 10개월 동안 매수자를 기다려야 했습니다.그사이 대출이자는 올랐고, 아내는 목욕탕 카운터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나는 넓은 땅을 관리하려고 농사일을 배우다가 결국 중장비 학원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그때 내 나이는 66세였습니다.편안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들어간 시골에서, 나는 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되었습니다.4억 5천만 원에..
2026.10.22 -
70대 친구의 재혼 고민, 결혼정보회사에 100만 원을 낸 이유
“친구야, 내가 결혼정보회사에 100만 원 주고 알아봐 달라고 했다.”얼마 전,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여기서는 그 친구를 영섭이라고 하겠습니다.전화를 받는 순간 며칠 전 거제도에서 함께 보낸 밤이 떠올랐습니다.우리는 1박 2일 일정으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그날 밤 친구는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나는 술김에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정말 결혼정보회사에 100만 원을 내고 새로운 인연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일흔이 넘은 친구의 재혼 고민이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전화를 끊고 나니 웃음보다 먼저 친구가 거제도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인생 참 허망한 거여.”그때는 그 말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는지..
2026.10.21 -
형님이 스님이 된 뒤 들은 말, 상선약수의 뜻과 형제의 인연
내 큰형님은 스님입니다.나보다 열 살 많은 형님은 처음부터 스님으로 살아오신 분이 아닙니다.어린 시절부터 내가 기억하는 형님은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먼저 나서서 가족을 챙기던 분이었습니다.내가 큰 사고로 다리 수술을 받았을 때도 형님은 곁에서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공부할 때는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며 스승 같은 역할도 해주셨습니다.그런 형님이 훗날 출가해 스님이 되셨습니다.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낯설었습니다.늘 가족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형님이 이제 절에서 살아가신다는 사실이 쉽게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형님이 계신 절을 찾아갔습니다.그곳에서 형님에게 들은 한마디가 일흔이 된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가족의..
202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