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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친구가 결혼정보회사에 100만 원을 냈다고 했습니다

dobadalife 2026. 10. 7. 19:18

“친구야, 내가 결혼정보회사에 100만 원 주고 알아봐 달라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게 얼마 전 이런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서는 영섭이라고 하겠습니다.

며칠 전 거제도로 둘이 1박 2일 낚시를 갔을 때만 해도 나는 그 친구가 술김에 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다시 장가를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결혼정보회사에 돈을 내고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웃음보다 거제도에서 친구가 했던 말들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날 밤 친구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중학교 때 내게 볼펜을 주던 친구

영섭이를 안 지는 5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입니다.

그때 영섭이는 집안 형편이 괜찮았습니다.

친구들보다 좋은 옷을 입고 다녔고, 나에게 볼펜 같은 것을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돈 자랑을 하는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말수가 적었고 자기 집안 이야기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그러다 50대 중반쯤 동창 모임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퇴직한 뒤에는 가끔 전화도 하고 얼굴도 보게 됐습니다.

젊었을 때는 서로 먹고살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오히려 옛날 친구들을 다시 찾게 됐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젊을 때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어린 시절 친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거제도에서 친구가 처음 꺼낸 이야기

얼마 전 영섭이와 거제도로 1박 2일 낚시를 갔습니다.

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둘이 술을 마셨습니다.

평소 말이 많지 않은 친구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지내는 이야기.

아들이 마흔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이야기.

친구들이 만나 손자·손녀 이야기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작아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하나씩 꺼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나보다 훨씬 여유 있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영섭이를 보면 별 걱정 없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친구 입에서 나온 말은 돈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인생 참 허망한 거여.”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돈이 있으면 노후 걱정도 적고, 혼자 사는 외로움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둘이 앉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에게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혼자라는 것.

아내가 없다는 것.

친구들이 손자·손녀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은 함께 꺼낼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것.

그런 것들이 친구 마음에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야, 내가 새로 장가 한번 갈까?”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영섭이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습니다.

“친구야, 내가 새로 장가 한번 갈까?”

나는 처음에는 술김에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진지했습니다.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그거는 니 마음이고 니가 알아서 해라.”

친구 인생인데 내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고는 나도 친구에게 장난스럽게 한마디 했습니다.

“야, 니 나이가 일흔인데 몸이 따라주겠나?”

영섭이는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는 듯 자신 있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야, 친구야. 아직 살아 있네.”

둘이 한참 웃었습니다.

그런데 웃고 나서 나는 마음 한구석이 조금 짠했습니다.

5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입니다.

그날 처음으로 이 친구가 늙어가는 것을 조금 무서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술자리 이야기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거제도에서 돌아온 뒤에는 그 이야기를 잊고 있었습니다.

친구끼리 술을 마시면 별 이야기를 다 합니다.

다음 날이 되면 없던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도 영섭이의 이야기가 그 정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야, 내가 결혼정보회사에 100만 원 주고 알아봐 달라고 했다.”

나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야, 니 진짜였나?”

영섭이는 정말 진지했습니다.

좋은 소식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이번에는 내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정말 다시 결혼을 하게 될까.

아니면 사람을 만나는 과정 자체로도 마음이 조금 달라질까.

돈이 많으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나와 비교합니다.

‘저 친구는 돈도 있고 집도 있으니 나보다 걱정 없이 살겠지.’

영섭이도 내가 보기에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거제도에서 단둘이 술을 마신 날에는 처음으로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가 없는 것을 그 친구가 가지고 있었고,

그 친구에게 없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더 행복한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돈이 적다고 반드시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나이가 들면서 필요한 것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날 이후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돈이 많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구나.

사람은 결국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런 마음은 더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50년 친구가 처음으로 외로움을 이야기한 밤

중학교 때 내게 볼펜을 주던 친구가 이제 일흔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결혼정보회사에 돈을 내고 사람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 선택이 잘될지 안 될지는 나도 모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생각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혼을 다시 하게 될 수도 있고, 결국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영섭이의 인생입니다.

나는 그 선택을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대신 판단해 줄 수도 없습니다.

다만 5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로서 한 가지는 응원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한번 살아보라고.

남들이 일흔이 넘었다고 뭐라고 하든,

친구들이 웃든 말든,

자기가 정말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다면 한번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과정에서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지금 결과보다 거제도의 그 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50년 넘게 말이 많지 않았던 친구가 그날 처음으로 자기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인생 참 허망한 거여.”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친구의 외로움을 조금 알게 됐습니다.

어쩌면 친구가 결혼정보회사에 100만 원을 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날 밤 오랜 친구 앞에서 자기가 외롭다고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섭아.

좋은 사람 만나거든 제일 먼저 나한테 전화해라.

이번에는 술김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좋은 소식으로 한번 웃어보자.

※ 영섭은 가명입니다. 이 글은 친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사생활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가족관계와 재산 등 불필요한 내용은 일부 생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