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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

오래된 형이 스님이 된 뒤에야 알게 된 것

dobadalife 2026. 10. 7. 17:15

형이 스님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형은 나보다 열 살이 많습니다.

내가 어릴 때부터 형은 집안에서 여러 가지로 가족을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형이 먼저 나섰습니다.

내가 수술을 받았을 때도 형이 도움을 주었고, 공부할 때 필요한 일이 있으면 형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형이 나이가 들어 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형의 인생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형에게도 가족과 살아가는 일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결혼과 가족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었습니다.

가족이란 가까운 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온 형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다른 삶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출가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형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형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온 시간이 있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절에서 다시 만난 형

어느 날 형이 있는 절을 찾아갔습니다.

예전의 형을 생각하고 절에서 만난 형을 바라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같은 사람인데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가족 이야기와 세상 이야기를 많이 하던 형이었는데, 절에서는 조금 더 차분해 보였습니다.

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형이 말한 것이 하나 기억에 남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물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형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도 너무 앞서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형은 그냥 스님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형에게 스님이 된 뒤에는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고 물었습니다.

형은 특별한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은 그냥 스님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거창하게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금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꼭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젊었을 때는 돈도 필요하고 명예도 필요하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그런 것들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나도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형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 자신의 삶을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았을까.

돈을 벌려고 애썼고, 일을 했고, 자격증 공부도 했습니다.

잘살아 보려고 이것저것 도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사람에게 오래 남는 것은 돈이나 물건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 친구들과 웃었던 기억,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던 기억 같은 것들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형이 스님이 된 것도 어쩌면 그런 삶의 과정 중 하나일 것입니다.

형을 이해한다는 것

예전에는 형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가족을 뒤로하고 출가를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삶은 그 사람이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형에게는 형만의 시간이 있었고, 형만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나는 형의 선택을 모두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형이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내려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더 얻으려고 했습니다.

돈도 더 벌고 싶었고, 더 좋은 집도 갖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가지고 있는 것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형이 스님이 된 모습을 보면서 그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물론 나는 형처럼 출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남은 시간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다만 욕심을 조금 줄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마워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형은 내가 힘들 때 여러 번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얼마나 큰 도움인지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형이 나에게 해준 일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가족을 위해 애썼던 형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이제는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더 자주 하고 싶습니다.

스님이 된 형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길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누군가는 새로운 길을 선택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생각해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은 지금 절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형제라는 인연은 변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형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형이 말했던 것처럼 너무 앞서려고 하지 않고, 물처럼 조금은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