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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첫 운전면허 도전, 면허 취소 후 다시 합격한 친구
“친구야, 강원도 3박 4일 어떻노?”얼마 전 철수가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 반가움보다 먼저 철수의 운전 연습을 도와주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철수는 69세에 처음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평생 운전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친구였습니다. 처음 면허를 취득했을 때는 함께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배수로에 차가 빠지고 속도위반 고지서가 날아오더니, 끝내 음주운전 사고로 면허가 취소됐습니다.다시는 운전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년 2개월 뒤 철수는 다시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나는 친구의 끈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이번만큼은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는 걱정도 앞섰습니다.69세에 처음 운전면허를 딴 이유철수는 국민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
2026.10.10 -
약 50년 만에 다시 본 영화 〈해바라기〉, 영도다리 근처에서 헤어진 첫사랑
약 50년 만에 영화 〈해바라기〉를 다시 봤습니다.20대에 친구를 따라 처음 봤던 영화입니다. 그때는 유명한 영화라니 한번 봐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소피아 로렌의 모습과 몇몇 장면이 기억에 남았지만, 등장인물의 사정까지 깊이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일흔이 되어 다시 보니 마음에 남는 부분이 달랐습니다. 오랜 이별 끝에 다시 만났지만 이미 서로의 삶이 달라져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도 그 마음만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영화를 다시 본 그날 밤, 나나 무스쿠리가 부른 〈Try to Remember〉를 찾아 들었습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듣고 있으니 젊은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결혼식을 사흘 앞둔 첫사랑을 영도다리 근처에서 택시..
2026.10.10 -
70대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유, 일곱 살 손녀와의 약속
어느 날 일곱 살 손녀 YS에게 전화가 왔습니다.“그랜드파더!”손녀는 반갑게 인사하더니 영어로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나는 몇 마디만 알아듣고 나머지는 눈치로 짐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어까지 섞어 말하니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그래, 잘한다. 우리 YS 잘한다.”전화를 끊고 나서도 손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아들의 영어책이 떠올랐습니다. 영어 문장 위에 한글로 ‘아엠어보이’라고 적어 놓았던 그 아이가 이제는 일곱 살 손녀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손녀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던 날나는 일흔을 넘겼고 아들은 40대, 손녀는 일곱 살입니다. 같은 가족이지만 영어를 처음 접한 환경은 저마다 달랐습니다.손녀가 영어로 말할 때 나는 ‘그랜드파더’처럼 익숙한 표현만 알아들..
2026.10.09 -
언양시장에서 다시 만난 목욕탕 김 사장, 과일 밑에 5만 원을 넣은 이유
언양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한 사람을 보고 걸음을 멈췄습니다. 새벽마다 목욕탕에서 만나던 김 사장이었습니다.부산에서 큰 과일가게를 운영하다 아들에게 물려줬고, 매달 용돈도 넉넉히 받는다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리어카에 과일을 올려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새벽 목욕탕에서 알게 된 김 사장은퇴한 뒤 나는 목욕탕을 자주 다녔습니다. 하루 이용료를 내는 것보다 한 달 단위로 이용하는 ‘달 목욕’이 저렴해 그렇게 다녔습니다. 당시 하루 이용료는 9천 원 정도였지만, 달 목욕으로 계산하면 하루 5천 원꼴이었습니다.주로 새벽에 갔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단골들이 탕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젊은 시절 이야기부터 자식 자랑까지, 듣다 보면 시간이 금방..
2026.10.09 -
관광버스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내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뒷자리를 향해 큰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좀 조용히 하세요. 이런 양아치 같은 사람이 있나.”큰소리로 떠들던 남자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나도 놀라 그분에게 일단 앉으시라고 말렸습니다.그날 처음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에는 그분과 남지 유채꽃밭을 함께 걷고, 돌아올 때는 관광버스 대신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게 됐습니다.회비 5만 원을 내고 처음 탄 관광버스동네 목욕탕에서 만나 동생처럼 지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일요일에 부산 동래역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하루 동안 다녀오는 관광에 함께 가자는 것이었습니다.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다른 친구와 이런 관광을 가기로 했다가 쑥스러워서 포기한..
2026.10.08 -
경조사비 5만 원 때문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옛 직장 상사 아들의 결혼식장이었습니다.축의금을 내고 돌아서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몇 달 전 막내딸이 결혼한다며 연락했던 옛 직장 동료였습니다.나는 그 동료의 딸 결혼식에 가지 않았고, 축의금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반갑게 인사해야 할 자리였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누가 나를 나무란 것도 아닌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축의금 5만 원을 아끼려다가 오랜 동료의 얼굴마저 피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한꺼번에 찾아온 세 건의 경조사 연락그 일이 있기 몇 달 전, 하루에 경조사 연락이 세 건이나 왔습니다. 사촌 딸의 결혼 소식, 친구 어머니의 부고, 그리고 옛 직장 동료의 막내딸 결혼 소식이었습니다.그달에 챙겨야 할 경조사비를 계산해 보니 30만 원에서 40만 원 정도..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