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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헬스장 첫 도전, 교감 선생님이라는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
일흔이 된 해 3월경, 나는 평생 처음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뜻밖에도 ‘교감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학교에서 일한 적도 없으면서 스스로 교감으로 퇴직했다고 소개했기 때문입니다.처음에는 그 호칭이 듣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결국 내가 꾸며낸 경력은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날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든 것은 누군가의 꾸중이 아니라, 내 체면을 지켜주려는 한 사람의 배려였습니다.일흔 살 3월, 처음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그전까지 나는 주로 뒷산 체육공원에서 운동했습니다. 헬스장은 낯선 공간이었습니다. 에어컨이 돌아가고 여러 운동기구가 가지런히 놓인 실내에서 젊은 회원들이 ..
2026.11.04 -
100원짜리 동전 3,200개, 봉구 형님과 나의 10년
과일 한 상자와 막걸리 두 통을 들고 봉구 형님 댁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나보다 열 살 많은 동네 절친, 봉구 형님의 생일입니다.방에 들어서니 형님은 여느 때처럼 종이상자에 담긴 100원짜리 동전을 세고 계십니다.동전은 모두 3,200개. 돈으로 따지면 32만 원입니다.형님은 고스톱을 칠 때면 꼭 100원짜리 동전만 사용하십니다.“10원짜리는 너무 작고, 500원짜리는 노름 같아서 부담스럽다.”형님 나름대로 정해놓은 기준입니다.그런데 오랫동안 형님과 지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판돈이 작다고 해서 이기고 지는 마음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동전 상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우리가 가까워졌던 10년 전 겨울밤이 떠오릅니다.추운 겨울밤, 형님과 가까워진 계기형님과 가까워진 것은 10년 전, 내가 정..
2026.10.29 -
일흔의 우울한 마음, 나이 탓이라고 넘기기 전에
“요즘은 왜 이렇게 마음이 울렁거릴까.”텔레비전에서 1970년대 거리 풍경이나 오래된 노래가 나오면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특별히 슬픈 장면도 아닌데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그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인지 저도 제 마음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합니다.“나이 탓이겠지. 일흔이 되면 다 이런가.”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의 변화를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여도 괜찮을까.오래된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난다고 해서 우울증인 것은 아닙니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이나 일시적인 슬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2026.10.27 -
과일만 올린 제사상, 작은형님이 상을 엎으셨습니다
제삿날 저녁, 작은형님이 제사상을 발로 차셨습니다. 상 위에 올려놓은 과일이 바닥으로 쏟아졌습니다.그날 우리 부부는 평소와 다르게 제사상을 차렸습니다. 전도 부치지 않고 생선이나 나물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상에는 과일만 올렸고, 지방에는 한자 대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한글로 적었습니다.형님들께 미리 말씀드리지 않고 우리 부부끼리 결정한 일이었습니다.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그날을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서는 예전처럼 격식을 갖춘 제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후에는 과일을 간소하게 올리고 가족이 모여 부모님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일흔이 된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부모님을 기리는 마음은 같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 형제 사이에 큰 다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아버지..
2026.10.25 -
70대 은퇴 후 일상, 목욕탕에서도 떠나지 않는 노후 걱정
따뜻한 목욕탕 물속에 몸을 담갔습니다.예전 같으면 탕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몸이 따뜻해져도 머릿속은 쉽게 조용해지지 않습니다.일흔이 된 지금, 목욕탕에 앉아 있으면 이런저런 걱정이 떠오릅니다.'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당장 생활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노후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닙니다.직장에 다닐 때는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은퇴한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지만,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편안하게 쉬려고 찾아간 목욕탕에서도 돈과 건강,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맴돕니다.몸을 쉬게 한다고 마음까지 저절로 편안해지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은퇴 후 가장 큰 걱정은 돈과 건강입니다요..
2026.10.24 -
치매 부모님을 돌보던 시절, 아내의 고생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나는 한때 부모님을 잘 모셨다고 생각했습니다.아버지는 치매로 약 15년을 지내셨고, 어머니도 약 5년 동안 치매를 앓으셨습니다.부모님을 떠나보낸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일흔이 된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부모님보다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바로 집사람입니다.그때 나는 직장에 다니며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느라 나름대로 고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부모님 곁에서 더 많은 돌봄을 감당한 사람은 집사람이었습니다.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치매 부모님을 돌보며 이어진 힘겨운 생활아버지가 치매를 앓으신 기간은 약 15년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약 5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셨습니다.가족 중 누군가가 오랫동안 아프면 환자 한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식사를 챙기고, 곁에서 ..
202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