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1. 7. 07:48ㆍ일상
얼마 전 친척에게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활 형편이 어려워져 장신구를 팔고, 거의 20년 동안 보험료를 내던 암보험까지 해약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험을 해약한 뒤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여서 해약한 암보험에서는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왜 조금만 더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은 결과를 알고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친척에게 급했던 것은 미래의 병원비보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였을 것입니다.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 역시 은퇴한 뒤 매달 내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매달 41만 원의 보험료가 부담스럽습니다
내가 여러 보험에 내는 돈은 한 달에 약 41만 원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보험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은퇴하고 수입이 줄어드니 매달 나가는 돈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돈을 앞으로도 계속 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선뜻 보험을 해약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과거 대장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고, 치료를 받던 중 또 다른 암 진단을 들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아팠을 때의 기억이 있으니 보험료가 아깝다가도 혹시 모를 병원비가 걱정됩니다. 유지하자니 오늘의 생활비가 부담스럽고, 줄이자니 내일이 불안합니다.
친척은 왜 오랫동안 유지한 암보험을 해약했을까요
친척은 형편이 어려워 장신구까지 처분했다고 했습니다. 보험 하나를 가볍게 정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왔으니 해약할 때 아쉬운 마음이 컸을 것입니다. 그래도 당장 생활을 이어가려면 돈이 필요했겠지요.
그런데 해약한 뒤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았고, 해약한 보험에서는 암보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보험은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활 형편도 다르고 계약 조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친척이 보험을 해약한 일을 탓하기보다, 그런 선택을 해야 했던 사정부터 생각하게 됐습니다.
큰 병을 겪은 뒤 보험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건강할 때는 보험료가 그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환자가 되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치료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앞으로 무슨 비용이 생길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보험이 모든 걱정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경우에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는 계약마다 다릅니다.
이제는 막연히 불안하다는 이유로 보험을 유지하거나, 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해약하는 일은 피하고 싶습니다.
내가 가입한 보험이 무엇을 보장하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보내준 10만 원과 친구들과의 식사
보험료 때문에 고민하던 어느 날, 아들에게도 내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들은 10만 원을 보내주었습니다.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 나이에 아들에게 돈을 받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들이 내 걱정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고마웠습니다.
나는 그 돈으로 친구들을 만나 식사하고 술도 한잔했습니다.
보험료가 부담스럽다고 말해놓고 친구들과 식사하는 데 돈을 썼으니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친구들과도 보험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누구는 보험을 줄이고 싶다고 했고, 누구는 아플 때를 생각하면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나 혼자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보험료를 '겁값'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나는 보험료를 속으로 '겁값'이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병이 생길까 봐, 큰돈이 필요해질까 봐, 가족에게 부담을 줄까 봐 내는 돈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물론 보험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은 아닙니다. 내 마음이 그만큼 불안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으로 보험을 무조건 늘릴 수도 없습니다. 노후를 준비하려다 오늘의 생활이 너무 빠듯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매달 내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만으로 오래된 계약을 해약했다가, 나중에 같은 조건으로 가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약하기 전에 내 보험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우선 보험마다 매달 얼마를 내고 있는지, 앞으로 몇 년을 더 납부해야 하는지 적어보려 합니다.
보장받을 수 있는 내용과 보장이 끝나는 시점도 확인하려 합니다. 비슷한 이름의 보장이라도 실제 지급 조건은 다를 수 있으니 계약 내용을 살펴봐야겠습니다.
해약을 고민하는 보험이 있다면 돌려받는 금액뿐 아니라 사라지는 보장도 함께 확인할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간병이 필요한 상황도 걱정됩니다. 그렇다고 당장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 계약에 어떤 보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려 합니다.
아직 어떤 보험을 유지하고 어떤 보험을 줄일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남의 말만 듣거나 두려운 마음에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의 생활과 내일의 걱정 사이에서
친척이 암보험을 해약한 뒤 위암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낸 보험료가 아깝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약할 수밖에 없었던 형편이 안타깝습니다.
나 역시 월 41만 원의 보험료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보험을 유지하는 일도, 줄이는 일도 남의 사정과 비교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플 때를 준비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건강한 오늘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살아서도 안 되겠습니다.
내가 찾고 싶은 것은 보험을 많이 드는 방법이 아니라, 오늘의 생활과 내일의 걱정 사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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