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19. 23:40ㆍ일상
일흔이 된 지금도 나는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인 정보를 살펴보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할 만한 일이 없는지 물어봅니다.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나를 받아주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젊을 때는 일을 그만두면 편안하게 쉬며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은퇴하고 나니 쉬는 일도 생각처럼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남 양산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웃고 돌아온 날에도 집에 들어서면 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 앞에서 하지 않아도 될 자랑을 늘어놓았다가 돌아오는 길에 후회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뜻밖의 자신감을 준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직접 끓인 병아리콩 죽 한 그릇이었습니다.
70대 은퇴 후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은퇴한 뒤에도 여러 가지 일을 배우고 도전했습니다.
새로운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다시 일할 기회를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기회를 얻기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누군가 나를 채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렇다고 일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생활비를 보태고 싶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었고, 하루를 마치면 돌아올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하루를 채워야 합니다.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나이에 맞는 자리를 찾지 못하면 마음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친구들은 이제 일을 그만두고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 놀러 가자는 연락이 와도 내 형편이나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이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과 내 생활을 비교하게 됩니다.
일흔이 되면 남과 비교하는 마음도 줄어들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부산 친구들 앞에서 하지 않아도 될 자랑을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부산에 사는 친구 두 명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친구들은 각자의 생활을 이야기했고,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친구들의 속사정이 어떤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두 친구가 나보다 훨씬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아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들이 앞으로 두 번째 사업으로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 내가 그곳의 책임자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이미 정해진 일처럼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별도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친구들 앞에서는 앞으로 맡을 일이 있는 사람처럼 말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친구들이 내게 직업을 물으며 무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 혼자 비교하고, 지기 싫은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보탰습니다.
그 순간에는 조금 당당해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자랑을 해놓고 스스로 부끄러워졌습니다.
혼자 돌아온 밤,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양산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차가운 막걸리 한 병을 꺼내 마셨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형편을 부풀려 이야기한 일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허세를 부렸을까.'
혼잣말을 하며 마음을 정리해 보았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텔레비전을 켜놓고 한참을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새벽 두세 시쯤 잠에서 깰 때가 있습니다.
낮에는 컴퓨터를 보거나 산책하고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모두 잠든 새벽에는 집 안이 유난히 조용합니다.
그럴 때면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걱정도 됩니다.
젊을 때는 일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아졌는데도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아침이 오면 다시 일상을 시작합니다.
머리맡에 둔 안경을 쓰고 텔레비전 리모컨을 누릅니다.
휴대전화로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생활이 어느덧 2~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요리 영상을 자주 찾아봅니다.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생각하다 보면 새벽에 했던 걱정에서도 잠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병아리콩으로 죽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병아리콩과 찹쌀의 비율을 바꾸며 3주 동안 끓였습니다
나는 평소 삼겹살 수육을 제법 잘 만드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술안주보다 아침에 먹기 좋은 음식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평소 위가 약한 편이라 내 입맛에 맞고 먹기 편한 죽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병아리콩을 활용한 요리를 본 뒤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병아리콩과 찹쌀을 준비해 갈아서 죽을 끓였습니다.
처음에는 병아리콩을 전체 재료의 약 20% 정도 넣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만큼 고소한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30%로 늘렸습니다.
그다음에는 40%를 넣어보았습니다.
조금씩 비율을 바꾸니 맛과 농도도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약 3주 동안 여러 번 만들어 먹었습니다.
마침내 병아리콩과 찹쌀을 1대 1로 넣었을 때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습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습니다.
실패하면 다시 끓이면 그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맛이 부족했고, 다음에는 농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율을 조금씩 바꾸며 내 입맛에 맞는 죽을 만들어 냈습니다.
완성한 죽을 먹으면서 혼자 웃음이 났습니다.
일자리를 구할 때는 누군가 나를 선택해 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죽을 끓일 때는 달랐습니다.
재료를 고르고, 비율을 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일을 모두 내가 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일이었지만 오랜만에 무엇인가를 내 힘으로 완성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친척 누님이 죽을 드시고 웃으면서 죽집을 해도 되겠다 하셨습니다
어느 날 친척 누님의 병문안을 갈 일이 생겼습니다.
나는 직접 끓인 병아리콩 죽을 보온병에 담아 가져갔습니다.
누님이 드셔 보시더니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말씀드리자 웃으며 칭찬하셨습니다.
“노인네 남자가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냐. 죽집을 해도 되겠다.”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었지만 듣기 좋았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준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부산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아들의 사업을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누님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내가 직접 만든 죽 한 통이면 충분했습니다.
거창한 사업 계획도 아니고,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큰 성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재료를 준비하고 여러 번 끓여 완성한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누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날은 내가 가진 것이 적다는 생각보다 아직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는 없는 미래를 자랑했지만, 누님 앞에서는 내가 실제로 만든 죽 한 통이 더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일흔에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병아리콩 죽을 잘 끓인다고 해서 당장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걱정이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여전히 인터넷에서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도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나는 그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너무 마음을 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앞에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자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끓인 죽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버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요리를 배우고, 여러 번 시도해 보고, 누군가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일도 내가 직접 해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작은 보람으로 노후의 경제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동안 아무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있고, 해보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도 남아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도 죽을 끓일 생각입니다
일흔이 되어서도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습니다.
친구들의 여유로운 생활이 부러울 때도 있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마음이 답답한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괜히 내가 살아온 세월까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들 앞에서 없는 미래를 꾸며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 내가 실제로 한 일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병아리콩과 찹쌀의 비율을 바꿔가며 죽을 끓였다는 이야기.
그 죽을 가져갔더니 친척 누님이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
남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내게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내일도 나는 일자리를 찾아볼 것입니다.
그러다 마음이 답답해지면 부엌으로 가서 병아리콩과 찹쌀을 꺼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일은 아직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 먹을 죽 한 그릇은 내 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자신감은 어쩌면 그렇게 작은 일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월 보험료 41만 원, 암보험 해약을 고민하게 된 이유 (0) | 2026.11.07 |
|---|---|
| 보험을 권하러 간 날, 후배가 내 주머니에 10만 원을 넣었습니다 (0) | 2026.10.11 |
| 68세 아들과 시작한 가게 창업, 하루 매출 100만 원에도 돈이 남지 않은 이유 (1) | 2026.10.11 |
| 언양시장에서 다시 만난 목욕탕 김 사장, 과일 밑에 5만 원을 넣은 이유 (0) | 2026.10.09 |
| 일흔을 앞두고 두피문신을 했습니다, 거울 앞에서 웃은 이유 (0) | 2026.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