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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도전

보험을 팔러 갔다가 후배에게 10만 원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dobadalife 2026. 10. 7. 20:29

옛 직장 후배에게 보험 하나 들어달라는 말을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후배 얼굴을 보고 앉으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결국 보험 이야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일어나서 그냥 나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후배가 갑자기 내 호주머니에 봉투 하나를 억지로 넣었습니다.

“형님, 이거 가져가세요.”

밖으로 나와 조용히 봉투를 열어봤습니다.

5만 원짜리 두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10만 원이었습니다.

보험 하나 가입해달라고 찾아갔다가 오히려 후배에게 10만 원을 받아 나온 사람이 된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기면서도 마음이 짠한 일입니다.

일흔이 넘어서 내가 보험설계사 일을 한번 해보겠다고 나섰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월 1만 5천 원짜리 가입에서 시작된 보험설계사

처음부터 보험설계사가 되려고 찾아다닌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 사무실에 놀러 갔다가 상조 관련 일을 한다는 한 팀장을 만났습니다.

씩씩하고 말도 잘하고 붙임성도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며칠 뒤 다시 만났는데 월 1만 5천 원 정도 하는 상품에 가입해보라고 권했습니다.

당시 내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몇 번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1년 정도는 본인이 대신 납부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때 그 제안이 보험이나 관련 상품의 규정상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상대가 실적 때문에 그러는가 보다 생각하고 가입했습니다.

두 달쯤 지나자 이번에는 월 3만 원 정도 하는 크루즈 관련 상품도 권했습니다.

그것도 가입했다가 두 달 정도 지나니 부담이 되어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나에게 보험 일을 한번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고 컴퓨터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니 해볼 만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보험 일을 하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돈도 조금 벌 수 있고, 새로운 일을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한번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3주 동안 교실에서 나도 고령자였습니다

내가 들어간 과정에서는 약 3주 동안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한 뒤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 반에 30명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부분 40대나 5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었습니다.

갓 퇴직한 남성 한 명과 70대 여성 한 명도 있었고, 나도 그 교실에서는 눈에 띄는 고령자였습니다.

그중 72살이라고 했던 여성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끔 나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에 빠지는 날이 많았고, 나중에는 시험을 보지 않고 그만둔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는 한번 시작했으니 해보자는 마음으로 빠지지 않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약 3주 뒤 시험에 합격했고, 그 뒤에도 보름 정도 교육을 더 받은 뒤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에 붙었을 때만 해도 일이 절반쯤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어려운 것은 시험지가 아니었습니다.

사람 앞에서 보험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었습니다.

첫 고객은 나와 아내였습니다

보험 일을 시작하고 나니 실적이라는 것이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보험 가입을 권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처음에는 나와 아내 명의로 가입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첫 고객을 밖에서 찾지 못하고 내 가족 안에서 만든 셈입니다.

밤에 누우면 친구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옛 직장 동료도 생각났습니다.

사돈, 친척 얼굴도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누구한테 한번 이야기해볼까?’

사람 이름을 머릿속으로 하나씩 세다가 잠든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에게도 찾아갔습니다.

아들은 처음부터 이런 영업이 아버지에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계속 부탁하니 결국 적은 금액으로 하나 가입했습니다.

그러면서 며느리에게는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알게 되면 해약할지도 모른다며 농담 반, 걱정 반으로 말했습니다.

아들에게 보험 하나를 부탁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내 실적 때문에 가족에게 부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험을 말하러 갔다가 후배에게 10만 원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친한 후배를 찾아갔습니다.

보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 술만 많이 마시고 그냥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옛 직장 후배를 찾아간 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주 친하게 지냈고 사회생활도 잘하던 후배였습니다.

나는 보험 가입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후배 앞에 앉으니 내가 먼저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후배가 나를 바라보는 눈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데 할 게 없어 이런 일 하나 하고 보는 아이가.’

후배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때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입니다.

결국 나는 보험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보험이고 뭐고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후배가 갑자기 봉투 하나를 내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형님, 이것 가지고 가세요.”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후배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자기한테도 보험 이야기를 하러 오는 선후배들이 많다면서 다음에는 자기도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열어봤습니다.

5만 원짜리 두 장.

10만 원이었습니다.

보험 하나 가입해달라고 찾아간 선배에게 후배가 오히려 10만 원을 쥐여준 겁니다.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한참 동안 봉투만 바라봤습니다.

10만 원 중 5만 원으로 과일을 샀습니다

그 돈을 들고 바로 과일가게에 갔습니다.

10만 원 중 5만 원으로 과일을 샀습니다.

그리고 평소 자주 찾아가지 못했던 친척집에 들렀습니다.

과일을 들고 가니 처음에는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며 자식 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눴습니다.

그런데 결국 나도 모르게 보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순간 상대방의 표정이 조금 달라져 보였습니다.

몇 달 뒤에 만기가 되는 보험이 있으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집을 나오면서 나는 그 말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후배가 내 호주머니에 넣어준 10만 원 중 절반은 이미 과일이 되어 친척집 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날 보험 한 건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나는 다른 것을 하나 배웠습니다.

일흔이 넘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부탁을 꺼내는 순간 사람의 자존심이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보험설계사 시험보다 사람 앞에서 말하는 일이 더 어려웠습니다

보험설계사 시험보다 사람 앞에서

“하나 가입해달라.”

그 말을 하는 일이 나에게는 훨씬 어려웠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보험을 팔러 갔다가 보험 대신 10만 원을 받아온 셈입니다.

그 10만 원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돈의 액수가 커서가 아닙니다.

그날 후배가 내게 건넨 것은 어쩌면 돈이라기보다,

일흔이 넘은 선배가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본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후배에게 고맙습니다.

※ 이 글은 필자가 실제 보험설계사 활동을 하며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한 글입니다. 특정 보험이나 상품의 가입·유지·해약을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보험 상품의 보장 내용과 비용, 해지 조건 등은 상품과 계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가입이나 해약을 결정할 때는 해당 상품의 약관과 계약 내용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