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첫 운전면허 도전, 면허 취소 후 다시 합격한 친구

2026. 10. 10. 09:11ㆍ은퇴 후 도전

“친구야, 강원도 3박 4일 어떻노?”

얼마 전 철수가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 반가움보다 먼저 철수의 운전 연습을 도와주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철수는 69세에 처음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평생 운전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친구였습니다. 처음 면허를 취득했을 때는 함께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배수로에 차가 빠지고 속도위반 고지서가 날아오더니, 끝내 음주운전 사고로 면허가 취소됐습니다.

다시는 운전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년 2개월 뒤 철수는 다시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나는 친구의 끈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이번만큼은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는 걱정도 앞섰습니다.

69세에 처음 운전면허를 딴 이유

철수는 국민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운전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고집했습니다.

그런 철수에게도 사연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무렵 사촌형이 몰던 1톤 트럭에 발등을 다쳐 뼈에 금이 갔다고 했습니다. 약 6개월 동안 고생한 뒤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운전 안 한다.”

친구들은 면허가 없는 철수를 가끔 놀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수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고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필기시험부터 도로주행까지 혼자 치른 뒤 합격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니, 니가 왜 갑자기 운전면허를 딸 생각을 했노?”

철수는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지자 친구들이 자동차로 여행 다니는 모습이 부러웠다고 했습니다. 평생 하지 않겠다던 일도 나이가 들면 마음이 달라질 수 있나 봅니다.

친구의 운전조교가 되었습니다

면허를 딴 철수는 SUV를 구입하고 내게 운전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구야, 실전 운전 좀 가르쳐도.”

전문 강사는 아니지만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 옆자리에 탔습니다. 철수는 나를 장난스럽게 ‘운전조교’라고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일요일마다 한적한 길에서 연습했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리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몇 번 연습하더니 고향까지 운전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시골길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차 한쪽 바퀴가 논두렁 옆 배수로에 빠졌습니다.

“아이고, 브레이크는 놔두고 뭐 했노!”

나도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철수는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지금은 그 표정이 떠오르지만 당시에는 큰 사고로 이어질까 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견인차를 불러 차를 꺼낸 뒤에는 내가 운전해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제야 배가 고파져 철수 동네 돼지갈비집에서 늦은 식사를 했습니다.

속도위반 고지서 네 장이 날아왔습니다

그 뒤에도 운전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나중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함께 차를 탔습니다. 부산에서 대구 방향 고속도로까지 연습한 날, 나는 이제 철수가 혼자 운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쯤 뒤 철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야, 친구야. 내 이 차 팔아 버릴 끼다. 니하고 내하고 경찰서 가자.”

속도위반 과태료 고지서가 네 장이나 왔다고 했습니다. 철수의 말로는 모두 합쳐 약 38만 원이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에서의 위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나는 처음에 친구를 달래려 농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운전대를 움직일 줄 아는 것과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은 다릅니다. 제한속도를 지키고 보행자를 살피는 일은 누구에게나 기본입니다. 특히 보호구역에서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얼마 뒤 철수에게 더 심각한 일이 생겼습니다.

집안 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하자 직접 차를 몰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집 근처 상가 주차장에서 다른 승용차와 담벼락을 들이받았습니다.

철수에게 들은 바로는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해서 가볍게 넘길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9%였고, 면허가 취소됐으며 벌금도 약 600만 원을 냈다고 했습니다.

대리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술을 마셨다면 차를 두고 왔어야 했습니다.

나는 친구에게 그 점을 분명히 말했습니다. 운전이 서툴러 배수로에 빠진 일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일은 달랐습니다.

철수는 결국 차를 아는 동생에게 처분했습니다. 그 뒤 한동안 내 차를 타고 함께 다녔습니다.

2년 2개월 만에 다시 면허를 땄습니다

나는 철수가 운전을 완전히 그만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혼자 시험을 준비했더군요.

면허가 취소된 지 2년 2개월 만에 다시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느새 칠순을 넘긴 나이였습니다.

“니 참 대단하다.”

새로운 시험을 준비해 합격한 끈기는 인정할 만했습니다. 하지만 면허를 다시 땄다고 이전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철수는 이번에는 그랜저를 샀습니다. 아내는 차를 팔라고 했고, 철수는 계속 타고 싶어 했습니다. 나는 가족의 걱정도 이해됐습니다.

운전은 철수에게 새로운 자유를 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안심하려면 무엇보다 안전한 운전 습관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AI로 생성된 여행 이미지

강원도 여행은 아직 약속으로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철수는 강원도로 3박 4일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친구와 먼 길을 함께 가는 일은 반갑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피곤하면 쉬고, 길을 잘못 들면 돌아가면 됩니다. 술을 마신 날에는 어떤 이유로도 운전하지 않아야 합니다.

국민학교 때 만나 함께 늙어온 친구입니다. 젊을 때는 서로의 연애와 직장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건강과 운전까지 걱정하는 나이가 됐습니다.

철수야,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참 멀리도 갔다”는 말보다 “무사히 잘 다녀왔다”는 말을 나누고 싶다.

천천히 가자. 우리 아직 함께 가볼 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