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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

공인중개사 공부하다 대상포진으로 5일 입원했다

dobadalife 2026. 8. 12. 21:03

목차


    공인중개사 공부할 때 군대를 다시 한번 더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나이 60 넘어서 하루 10시간씩 책상에 앉아 있어 보니까, 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게 낫지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그 소리를 하면서도 3번을 도전했어요. 그러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통증으로 병원에 5일을 누웠고, 남의 사무실에서 보조원 20일을 하고 나서야 겨우 붙었습니다. 그 3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공인중개사 도전, 10년에 자격증 7~8개 딴 이유

    공인중개사 모의고사를 치고난 후 채점한 사진

     

    나는 70대입니다. 퇴직하고 60살 이후에 자격증을 수시로 공부해서 땄어요. 청각관리사, 보험설계사, 타로상담사 같은 자질구레한 것부터 공인중개사, 요양보호사,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삭기까지요. 10년에 7, 8개 되는 걸로 알아요.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었어요.

    그중에 뭐니뭐니 해도 공인중개사가 제일 어려웠어요. 다른 건 마음먹고 달려들면 어떻게든 되는데 이건 그게 안 되더라고요. 한 번 붙어보겠다고 덤벼서 3년을 끌었습니다. 내가 왜 그 나이에 이 시험을 그렇게까지 붙들고 있었는지, 그 사연은 아버지 치매 15년·어머니 5년, 공인중개사 3수가 나의 반항이었다에 따로 썼으니 그쪽을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는 그 3년 동안 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됐는지만 쓸게요.

    1·2차 낙방, 대상포진 5일 입원

    첫 번째 도전 때는 마구잡이식이었어요. 집에서 인터넷강의로 제멋대로, 힘들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1차 2차 중에 1차만 합격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 도전을 하게 되었죠. 그때가 60대 중반을 넘은 나이였어요. 시력, 체력 다 저하되었죠. 술도 겨우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였고 좋아하는 친구도 밖에서 만나지 못할 정도로 열중했어요. 하루에 10시간 정도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몸이 너무 아픈 거예요. 세상에, 세상에. 내가 이렇게 고통스럽고 아픈 건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것 같았어요.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병원에 실려가다시피 갔는데 진찰을 해보니 심한 대상포진이라고 하네요. 꼬박 5일을 병원에 누워서 치료를 받았어요.

    그 후유증으로 거의 한 달간은 공부를 못 했어요. 그렇지만 자꾸만 머릿속에 책 속의 글들이 떠오르고 어느 정도 에너지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결심했어요. 사나이가 이 정도를 참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할쏘냐.

    시험은 10월 말인데 2개월밖에 남지 않았어요.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내 나름대로 모의고사를 보면 합격선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드디어 결전의 날, 비상한 각오로 시험을 쳤어요. 사실 그날 몸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한 것 같았어요. 너무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시험을 마치고 가채점을 해보니 다른 과목은 괜찮았는데 공법에서 점수가 잘 나오질 않아서 낙방했네요.

    그날 저녁에 친구를 불러내서 술을 무지하게 마셨던 기억이 나요.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아마 기어 들어온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는데 허탈하데요.

    보조원 20일, 그날 밤 책 폈다

    그해 11월, 12월은 그냥 책 놓고 빈둥거리며 지냈어요. 다음 해 1월에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보조원이 필요하다고 하데요. 나는 경험 삼아 취직을 했어요. 그냥 안내만 하는 일이죠. 거의 학생들 원룸 안내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한 20일 정도 보조원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비참하고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한 거예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서 공부했던 책들을 보게 되었어요. 빨간색, 파란색으로 밑줄 그어진 책 속의 글들이 나의 가슴을 슬금슬금 파고들었어요. 그다음 날 인터넷강의를 신청해서 다시 도전하게 되었죠.

    책도 다시 구입하고 안경도 다시 맞추고 맘을 단단히 먹고 전투태세에 돌입했습니다. 공부 방법을 내 나름대로 바꿨어요. 인강도 보고 듣지만, 최근 15년 동안 출제된 기출문제를 컴퓨터로 다운받아 출력해서 거실문, 화장실 문, 냉장고 문, 에어컨, 식탁, 하물며 현관문에까지 내가 풀었던 기출문제를 붙여놓고 공부했어요.

    왜냐고요?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 돌아서면 문제를 잊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반복 학습만이 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죠. 친구들과 봄에 꽃구경 한번 못 가고, 여름휴가 한번 못 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픈 추억으로 남아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딱 60점 합격

    드디어 결전의 날, 아침을 든든히 먹고 시험장에 일찍 갔어요. 주변에는 거의 젊은 남녀들만 보이고 나 같은 노인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 같았어요. 편안하게 시험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시험장을 나오고 나서는 또 떨어진 줄 알았어요. 두 번을 떨어져 본 사람은 다 압니다. 다 치고 나와도 마음이 안 놓여요.

    그런데 겨우 어렵게 합격을 했습니다. 속으로 기뻐 죽는 줄 알았어요. 고등학교 때 기말고사 1등 한 기분이었어요.

    약간 부끄럽지만 합격점인 딱 60점이었어요. 한 문제만 어긋났어도 그해는 없던 일이 되는 점수죠. 그런데 이 시험은 100점이나 90점이나 65점이나 60점이나 똑같은 합격자입니다. 자격증에는 점수가 안 나옵니다. 친구들이 그 나이에 대단하다고 해줘서 기분이 좋았어요.

    합격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일하던 중개사 사무실에 알려준 겁니다. 그리고 공부 좀 더 해서 여유가 되면 나도 공인중개사 사무실 차릴 거라고 말했어요. 20일 동안 원룸 안내만 하던 사람이 그 말을 꺼냈습니다. 이젠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관련된 일들을 해 나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