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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

대장암 3기 후기, 병문안 다니던 내가 당사자가 됐다

dobadalife 2026. 8. 11. 17:00

목차


    나는 남의 병문안을 다니던 사람이었어요.

    주변에 누가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면 과일 한 상자 사들고 씩씩하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던 쪽이었죠. 손 잡아주고, 금방 나으실 거라고 한마디 하고, 그러고는 내 발로 걸어 나오는 사람. 그게 나였어요.

    그런데 그 말을 내가 듣는 날이 왔어요.

    “대장암 3기입니다.”

    의사 선생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데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갑자기 아, 자업자득인가. 그 생각부터 들었어요.

    대장암 3기, 제일 먼저 ‘자업자득인가’ 생각했다

    나름대로 건강 하나는 자신했어요. 그런데 50대 말에 큰 병이 왔죠.

    젊었을 때, 특히 회사생활 할 때 무분별하게 살았던 게 원인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흡연도 했고 술도 많이 마셨어요.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고요.

    가족력인가도 생각해봤습니다. 부모님은 거의 90살까지 사시다가 치매와 노환으로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그때 나는 가족력 때문은 아닌가 보다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내 경험과 의학적인 사실은 구분해서 적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음주와 흡연을 대장암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내가 대장암 진단을 받고 ‘내가 술과 담배 때문에 이렇게 됐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당시 내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한 사람에게 암이 생긴 원인을 내가 임의로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연히 쉬는 날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어요.

    결과가 좋지 않으니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도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대장 쪽에 이상이 있나 보다. 그 정도로 생각했어요. 아직 건강한 몸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때는요.

    그런데 대학병원에 정밀검사 받으러 가기 이틀 전 밤이었습니다.

    갑자기 극심한 통증으로 배가 너무 아파서 결국 119 구급차를 불렀어요.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죠.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뭐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검사를 해보니 담낭에 돌이 생겨 염증이 있으니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에게 종합건강검진에서 대장 쪽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던 이야기도 드렸습니다.

    원래 검사 의뢰를 받은 곳은 부산대학병원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입원한 병원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대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대장암 3기였습니다.

    8시간 수술, 쓸개없는 놈이 되던 날

    그 순간을 냉정하게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어요.

    곧바로 수술 날부터 잡기로 했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받을 때 담낭도 같이 수술하자고 했어요.

    말로만 듣던 그 소리 있잖아요.

    ‘난 이제 쓸개없는 놈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수술은 준비하는 과정까지 합해서 8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해요. 무사히 두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 2인실에 들어갔습니다.

    깨어나니까 천장 불빛이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직장을 구한 외아들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또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왜 암보험을 넉넉히 가입해 놓지 않았을까.

    아픈 사람이 누워서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떠올랐어요.

    그리고 말로만 듣던 항암치료가 두려웠습니다.

    아들 생각, 보험 생각, 항암 걱정. 그 세 가지가 한꺼번에 왔어요.

    항암 12번, 나는 머리카락 빠지는 게 그렇게 싫었다

    내가 받은 항암치료는 모두 12번이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6개월 동안 받았어요. 나는 항암치료를 한 번 받을 때 병원에 4~5일 정도 입원했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낮게 나와 신경 쓰였던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습니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아픈 것보다 머리카락 빠지는 게 더 싫었다고 하면 믿으실지 모르겠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뒷머리는 좀 나은데 윗부분은 내가 보기에 절반 정도 빠진 것 같았어요. 거울 보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항암 기간에 탈모 관리를 잘한다는 부산 서면의 한의원에도 갔습니다.

    10회 정도 받았어요. 머리에 큰 침을 맞았는데 너무 아파서 혼났습니다.

    침을 맞을 때마다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으면서도 그때는 머리카락이 난다는 소리만 들으면 뭐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50만원 쓰고 포기, 머리카락이 다시 보이기까지

    탈모 치료를 하고 인증사진

    비용은요, 말도 마세요.

    내 기억으로는 당시 한 번에 5만원 정도 했어요. 10번을 받았으니 50만원 정도 쓴 셈입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별 진전이 없었어요.

    한의원에서는 조금 더 꾸준히 받아보라고 했지만 너무 아프기도 했고 내가 느끼는 변화도 별로 없어서 그만뒀습니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몸이 좀 회복되면 머리카락도 올라오겠지 하고 기다렸어요.

    조금씩 자라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항상 불만스러웠어요.

    그러다가 항암치료를 마친 뒤 5~6개월쯤 지나 탈모에 쓰는 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울산에 있는 한방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약 4개월 먹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윗머리에 머리카락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아침 거울 앞에 서서 윗머리를 손으로 쓸어보는데 손끝에 걸리는 게 있더라고요.

    그동안 손바닥만 미끄러지던 자리였는데요.

    그날은 한참을 거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한 가지는 구분해서 적어야겠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가 일시적일 수 있고, 치료가 끝난 뒤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나는 한방병원 약을 먹던 시기와 머리카락이 다시 난 시기가 겹쳤지만, 그 약 때문에 머리카락이 자랐다고 내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적을 수 있는 것은 당시 내가 어떤 치료를 찾아다녔고, 언제쯤 다시 머리카락을 확인했는지까지입니다.

    그때는 머리카락 하나에도 마음이 왔다 갔다 했어요.

    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아들 생각을 했고, 보험 생각을 했고, 거울 앞에서는 빠진 머리카락을 보고 속상해했습니다.

    사람이 큰 병에 걸렸다고 하루 종일 병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수술하고 항암을 받고, 머리카락 때문에 돈도 써보고 기다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병원이나 검진 이야기를 예전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는 않습니다.

    병문안을 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금방 나으실 겁니다”라고 말하던 사람이 어느 날 환자가 됐습니다.

    그때 내가 직접 누워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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