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세 번 도전해 합격한 이야기

2026. 10. 9. 23:31ㆍ은퇴 후 도전

60대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세 번 도전해 합격한 이야기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면서 차라리 군대에 다시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합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하루 10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하다 보니, 차라리 몸으로 일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저는 세 번이나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공부하던 중 태어나서 처음 겪는 심한 통증으로 병원에 5일 동안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퇴원한 뒤에는 한동안 공부를 쉬었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보조원으로 약 20일 동안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합격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60대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며 겪었던 3년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퇴직 후 10년, 자격증 7~8개에 도전하다

저는 지금 70대입니다.

퇴직한 뒤 60세부터 여러 자격증에 도전해 하나씩 취득했습니다. 청각관리사와 보험설계사, 타로상담사처럼 비교적 부담 없이 도전한 분야도 있었고, 공인중개사와 요양보호사,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착기 관련 자격에도 도전했습니다.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10년 동안 7~8개 정도의 자격증을 취득한 것 같습니다. 비교적 수월하게 딴 자격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던 시험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공인중개사 시험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두 번이나 시험에 떨어진 뒤에야 합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퇴직했다고 해서 모든 도전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가족을 위해 살아온 만큼, 은퇴한 뒤에도 새로운 일을 배우며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자격증에 도전했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은 다른 자격증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첫 번째 도전은 1차 합격, 두 번째 도전은 대상포진

처음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할 때는 공부 방법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첫 번째 시험에서는 1차에만 합격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였습니다. 시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던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고, 술도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할 정도로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정도 책상에 앉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몸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이었습니다.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 병원에 갔습니다. 진찰을 받아 보니 심한 대상포진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5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한 뒤에도 후유증 때문에 거의 한 달 동안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몸이 아프니 책을 펼칠 엄두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시험은 10월 말이었고, 남은 시간은 겨우 두 달이었습니다. 부족한 시간을 만회하려고 다시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혼자 모의고사를 풀어 보면 합격선에 들어갈 때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시험 날이 다가왔고,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몸 상태도 좋지 않았고 긴장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가채점을 해 보니 다른 과목은 괜찮았지만 공법 점수가 부족했습니다. 결국 두 번째 도전도 낙방했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흐릿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는데 또 떨어지고 나니 허탈했습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중개보조원으로 20일 일한 뒤 다시 책을 펴다

그해 11월과 12월에는 공부를 내려놓고 한동안 쉬었습니다.

그러다 다음 해 1월, 가까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보조원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장 경험도 쌓을 겸 일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학생들에게 원룸을 안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약 20일 동안 중개보조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아직도 합격하지 못했나 싶어 비참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책장을 살펴보다가 예전에 공부했던 책들을 펼쳤습니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그어 놓은 밑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에 남아 있는 흔적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다음 날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책도 다시 구입하고 안경도 새로 맞췄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공부 방법부터 바꾸기로 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만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15년 동안 출제된 기출문제를 내려받아 출력했습니다. 그리고 문제들을 집 안 곳곳에 붙여 놓았습니다.

거실 문과 화장실 문, 냉장고 문, 에어컨 주변, 식탁은 물론 현관문까지 문제를 붙이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나이가 들다 보니 방금 공부한 내용도 돌아서면 잊어버릴 때가 많았습니다. 한 번 읽고 외우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눈에 자주 띄는 곳에 문제를 붙여 두고 반복해서 읽고 풀었습니다. 틀린 문제는 다시 확인하면서 익숙해질 때까지 공부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반복해서 보고 풀고 다시 확인하는 것이 저에게는 합격으로 가는 공부 방법이었습니다.

그때는 친구들과 봄에 꽃구경 한 번 가지 못했고, 여름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지만, 그만큼 합격이 간절했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거둔 합격, 점수는 딱 60점

마침내 세 번째 시험 날이 왔습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일찍 시험장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젊은 남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나처럼 나이가 든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번이나 낙방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시험을 치렀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올 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또 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 떨어져 본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할 것입니다. 시험을 다 치르고 나와도 합격했다는 확신이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습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기말고사에서 1등을 했을 때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제 최종 점수는 딱 60점이었습니다. 한 문제만 더 틀렸어도 합격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점수보다 합격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습니다.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세 번이나 도전한 끝에 얻은 합격이었습니다.

자격증에 시험 점수가 적히는 것도 아니니, 그 순간만큼은 점수가 낮다는 아쉬움보다 합격의 기쁨이 더 컸습니다.

친구들도 그 나이에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며 대단하다고 해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이 조금은 보상받는 것 같았습니다.

합격 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꿈꾸다

합격한 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일하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합격 소식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더 해서 여건이 되면 저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려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20일 동안 원룸을 안내하던 사람이 자기 사무실을 열겠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물론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습니다.

그래도 세 번의 도전 끝에 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뿌듯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기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던 3년은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두 번이나 떨어져 낙담하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군대에 다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웠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하지만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은 합격은 제 인생에서 오래 기억할 만한 성취로 남았습니다.

혹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새로운 공부나 도전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제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세 번의 도전 끝에 그 사실을 직접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