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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남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80대 환자는 하루 만에 여성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dobadalife 2026. 8. 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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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대 환자를 소개받아 일을 시작한 다음 날, 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환자가 50대 여성 요양보호사를 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66세에 수강생 40~50명 중 남자 두 명뿐인 교실에서 공부해 자격증까지 땄지만, 내 첫 요양보호사 일은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아찔했던 일은 교육 중 현장 실습에서 벌어졌습니다.

    수강생 40~50명 중 남자는 두 명뿐이었다

    노인 인구가 계속 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접했습니다. 실제로 내 주변만 봐도 나이 든 사람이 많았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도 자꾸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나는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새로 취직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이라도 공부해보고 싶어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 등록했습니다. 내 나이는 66세였습니다.

    한 반에서 약 40~50명이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대부분 30대부터 50대까지의 여성이었습니다. 남자는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고, 다른 한 명은 30대였습니다. 수십 명의 여성 사이에 66세 남자가 앉아 공부하는 모습이 나도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당시 교육은 한 달가량 이어졌습니다. 이론을 배우고 현장 실습도 했습니다.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동작과 상황이 계속 나왔습니다. 수업 후반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부축하고 몸을 움직여주는 연습도 했습니다.

    연습 상대가 여성 교육생일 때에는 신체 접촉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성 교육생과 신체를 접촉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많이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하니 할 만했습니다.

    교실에서 동작을 따라 할 때에는 힘이 들어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일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실제 현장 실습에 나가서 알게 됐습니다.

    화장실 안전 손잡이가 환자와 나를 지켰다

    현장 실습에서 뇌졸중 환자의 화장실 이동을 돕게 됐습니다. 환자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웠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나는 환자의 몸을 받치고 화장실로 이동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내 다리가 무게를 버티지 못했습니다. 환자를 붙잡은 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교육에서 배운 동작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사람의 체중이 한꺼번에 실리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환자가 놀라는 순간에도 화장실 안전 손잡이를 꽉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근무하던 선배 요양보호사가 바로 달려와 도와줬고, 환자는 넘어지지 않고 무사했습니다. 나는 발목 인대가 조금 늘어났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환자가 손잡이를 놓쳤거나 선배 요양보호사가 가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힘만 있으면 사람을 부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환자의 상태와 이동 경로를 보고, 손잡이 위치를 확인하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그날 나는 요양보호사 일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몸으로 알았습니다. 모든 일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되고, 항상 긴장하며 안전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뒤로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 70세가 된 뒤에도 근력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땄지만 취업 하루 만에 교체됐다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현장 실습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격증을 손에 쥐었으니 이제 환자를 소개받아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양보호 관련 센터에서 약 80세의 환자를 소개해줬습니다. 거동이 조금 불편했고 성격도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나는 일단 맡은 일을 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교체 연락이 왔습니다. 환자가 센터에 전화해 50대 정도의 여성 요양보호사를 원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환자 가족은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이 사과해준 덕분에 속상한 마음을 조금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솔직한 생각은 따로 있었습니다.

    “내가 이거 아니면 못 먹고 사나.”

    자격증을 따기 전에는 일의 어려움만 생각했습니다. 막상 자격증을 따고 나니 남자 요양보호사를 불편하게 느끼는 환자가 있고, 환자가 원하는 성별에 따라 하루 만에도 교체될 수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내가 자격증을 가졌다는 사실과 환자가 나를 선택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는 낯선 환자보다 가족이나 지인,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을 돌볼 때 내 자격증을 더 현실적으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운전을 할 수 있으니 환자의 병원 이동이나 외출을 돕는 운전 관련 일이라면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도 남아 있습니다.

    90세 장모를 돌보기 위해 아내도 자격증을 땄다

    홀로된 장모님은 당시 90세였고, 아내가 모시고 있었습니다. 나도 시골에 자주 내려갔습니다. 장모님은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어 가족이 직접 돌보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가 먼저 요양보호사 교육과 실습을 경험하고 나니 아내도 자격증을 갖추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교육기관 등록을 권했습니다. 아내는 학원에 다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자기 어머니를 직접 돌볼 준비를 갖췄습니다.

    내 첫 요양보호사 일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자격증이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족 안에서 누가 누구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지 생각하게 했고, 아내가 장모님을 돌볼 준비를 갖추는 계기가 됐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내게 무엇이 답답해서 생뚱맞게 그런 일을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도 무엇이든 해보려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를 우습게 보는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족 중 누구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온다. 용기가 있으면 너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도전해봐라.”

    나는 70세인 지금도 요양보호사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습니다. 운전을 활용할 수 있는 돌봄 일자리가 있다면 해보고 싶고, 치매와 관련된 공부도 더 해볼 생각입니다. 하루 만에 교체됐다는 사실보다, 환자 한 사람을 안전하게 돌보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배운 경험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 이 글의 교육 기간과 현장 실습은 필자가 66세 때 겪은 개인 경험입니다. 현재 요양보호사 교육과정과 취업 조건은 당시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