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66세에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 들어갔습니다. 한 반에 40~50명 정도 있었는데 남자는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습니다.
교육을 받고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이제 나도 어디든 소개받아 일을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처음 소개받은 80대 환자를 하루 돌보고 난 다음 날 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환자분이 50대 정도의 여성 요양보호사를 원하십니다.”
내 첫 요양보호사 일은 그렇게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그래도 자격증을 따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일은 그 교체 연락보다 교육 중 현장실습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40~50명 교실에서 남자는 두 명이었다
당시 나는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새로 취직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이라도 하나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 등록했습니다. 내 나이는 66세였습니다.
한 반에서 약 40~50명이 같이 공부했습니다. 대부분 여성이었고 남자는 나와 30대쯤 되어 보이는 사람 한 명, 둘뿐이었습니다.
수십 명의 여성 사이에 66세 남자가 앉아 있으니 처음에는 나도 조금 어색했습니다.
당시 내가 받은 교육은 한 달가량 이어졌습니다. 이론을 배우고 현장실습도 했습니다. 평생 해보지 않은 동작이 많았습니다.
교육생끼리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부축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여성 교육생과 몸을 가까이 붙여야 할 때는 처음에는 쑥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교실에서 연습할 때에는 힘을 조금 쓰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은 실제 현장실습에 나가서 알았습니다.
환자를 붙잡고 화장실에서 같이 주저앉았다
현장실습에서 뇌졸중으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의 화장실 이동을 돕게 됐습니다.
나는 환자의 몸을 받쳐 화장실로 이동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람의 체중이 내 몸에 실리니 교실에서 연습하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갑자기 내 다리가 버티지 못했습니다.
환자를 붙잡은 채 나도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다행히 환자가 화장실 안전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고, 가까이에 있던 선배 요양보호사가 바로 달려와 도와줬습니다.
환자는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때 발목 인대가 조금 늘어났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일이 끝난 뒤에도 자꾸 그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환자가 손잡이를 놓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었습니다.
교실에서는 동작을 외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사람을 돌보는 일은 내 힘만 믿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요양보호사 일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알았습니다. 나도 몸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자격증을 땄는데 첫 일은 하루 만에 끝났다
교육을 마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현장실습에서 한번 크게 당황했지만 자격증까지 받으니 이제 실제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뒤 요양보호 관련 센터에서 약 80세의 환자를 소개해줬습니다. 나는 처음 맡은 일이니 잘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 다음 날 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환자가 나 대신 50대 정도의 여성 요양보호사를 원한다고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환자 가족은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이거 아니면 못 먹고 사나.”
서운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자격증까지 따고 처음 나간 일이 하루 만에 끝났으니까요.
그렇다고 그 한 번의 경험을 가지고 남자 요양보호사는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처음 소개받은 환자가 여성 요양보호사를 더 편하게 느꼈던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실제 환자가 나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장모님 돌봄을 생각하다 아내도 자격증을 땄다
그 무렵 홀로된 장모님은 90세 정도였고 아내가 돌보고 있었습니다. 나도 시골에 자주 내려갔습니다.
장모님을 가족이 직접 돌볼 방법을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아내도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아두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내가 먼저 교육과 현장실습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떤 공부를 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교육기관에 한번 다녀보라고 했고, 결국 아내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내 첫 일자리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우리 집에는 결국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 됐습니다.
나는 지금 70세입니다. 당시처럼 처음 보는 환자를 바로 맡아 일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운전을 할 수 있으니 내 경험과 운전을 같이 쓸 수 있는 돌봄 일이 있다면 한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66세에 딴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첫 일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화장실에서 환자를 붙잡고 함께 주저앉았던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 이 글의 교육 기간과 현장실습은 필자가 66세 때 직접 겪은 개인 경험입니다. 현재 요양보호사 교육과정, 자격 및 취업 조건은 당시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은퇴 후 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보험설계사 도전기, 후배가 내 호주머니에 10만원을 넣던 날 (0) | 2026.08.20 |
|---|---|
| 공인중개사 공부하다 대상포진으로 5일 입원했다 (0) | 2026.08.12 |
| 4억 5천만 원 시골집이 10개월째 팔리지 않았다, 66세에 굴삭기를 배웠다 (0) | 2026.08.07 |
| 70살, 타로 자격증은 땄지만 권리금 듣고 가게를 접었다 (0) | 2026.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