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1. 6. 07:16ㆍ가족과 돌봄
“다시는 이런 인연을 만들지 않겠다.”
엔젤을 떠나보내고 돌아오던 날,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길에서 작은 푸들을 보면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엔젤 같은 강아지가 다시 내게 온다면, 나는 정말 외면할 수 있을까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나는 한때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일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개는 마당이 넓은 시골집에서 키우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내가 훗날 강아지 한 마리를 잃어버리고 밤새 찾아다니다가 파출소까지 찾아갔습니다.

아들이 데려온 첫 강아지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입니다.
옆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부러웠는지 아들은 우리도 한 마리만 키우자며 졸랐습니다. 결국 흰 털 강아지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밥도 주고 함께 놀았습니다. 하지만 보름쯤 지나자 관심이 줄었습니다. 강아지 밥을 챙기고 집을 청소하고 뒤처리하는 일이 하나둘 내 몫이 됐습니다.
나는 개를 키우는 일이 이렇게 고된 줄 몰랐습니다. 결국 아들과 상의해 강아지를 친척 집으로 보냈습니다.
그 뒤로는 다시는 집에서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초등학생이던 아들은 어느새 마흔 살이 됐습니다.
주차장에서 생긴 불쾌한 일
그러던 어느 날, 상설시장 주차장에서 한 젊은 남자와 주차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강아지를 안고 있던 그는 내게 “어르신네가 참 너무하시네”라며 따졌습니다.
나는 더 말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 남자를 다시 봤습니다. 자기 강아지가 남긴 배설물을 내 차 타이어 근처에서 치우고 있었습니다.
“개똥을 아무 데나 싸면 되나!”
내가 화를 내자 그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서 더 큰 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그날 내 기분은 오래도록 좋지 않았습니다.
나는 역시 개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손녀의 강아지 똘이가 내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아들과 손녀가 우리 집에 놀러 왔습니다. 손녀는 작은 토이푸들 한 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이름은 똘이였습니다.
“민지야, 강아지가 그렇게 좋나?”
손녀는 석 달 동안 키우며 목욕도 시키고 훈련도 해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들과 손녀가 잠시 마트에 간 사이, 내가 똘이를 맡았습니다. 당시에는 반려견에게 어떤 먹거리를 주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내가 먹던 육포를 조금 주었더니 똘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마루에 내려놓고 말을 걸었습니다.
“손.”
똘이가 앞발을 내밀었습니다.
“왼손.”
이번에는 다른 앞발을 내밀었습니다.
“앉아.”
똘이는 얌전히 앉더니 이내 바닥에서 뒹굴며 애교를 부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반려견을 품에 안고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아, 이런 마음으로 개를 키우는구나.’
그렇게 우리 집에 엔젤이 왔습니다
얼마 뒤, 주차 문제로 다퉜던 그 젊은 남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지난 일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그 후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남자에게서 손녀의 강아지 똘이와 비슷한 푸들 한 마리를 선물받게 된 것입니다.
생후 6개월쯤 된 강아지였습니다. 처음에는 또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지 망설였지만, 손녀의 똘이와 놀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원래 이름은 ‘천사’였는데, 내가 영어로 엔젤이라고 부르다 보니 어느새 ‘우리 엔젤’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키워 보고 싶었습니다.
반려견에 관한 책을 읽고 인터넷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전에는 텔레비전에서 일일연속극을 즐겨 봤는데, 엔젤과 살면서부터는 《동물농장》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같은 프로그램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내가 이렇게 달라질 줄은 나 자신도 몰랐습니다.
엔젤을 잃어버리고 파출소까지 갔습니다
어느 날 엔젤을 데리고 뒷산에 갔다가 그만 잃어버렸습니다.
밤이 되도록 보이지 않아 이곳저곳을 헤맸습니다. 혹시 누가 봤을까 싶어 인근 파출소에 가서 신고까지 했습니다.
그날 밤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다음 날 과일 상가 쪽 마트의 포장 상자 근처에서 엔젤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품에 안았을 때의 반가움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일을 겪은 뒤에는 밖에 데리고 나가는 것마저 겁이 났습니다. 외출은 열흘에 한 번 정도로 줄이고 대부분 집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혼자 마음이 허전한 날에도 엔젤은 또랑또랑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그 눈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데려온 강아지는 돌보는 일이 힘들어 친척 집으로 보냈는데, 엔젤은 잃어버릴까 봐 밤새 찾아다녔습니다. 같은 강아지인데도 내 마음은 이렇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엔젤에게 심각한 병이 찾아왔습니다
엔젤과 약 1년을 함께 지냈을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엔젤이 기운을 잃었습니다. 밥도 잘 먹지 못하고 물만 마시며 이틀, 사흘을 축 처져 있었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당시 X선 촬영과 진찰을 받은 뒤, 수의사에게 장과 위쪽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염증과 악성 종양도 의심되는 매우 위중한 상태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말기 암에 가까울 정도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엔젤은 아직 두 살도 되지 않은 어린 강아지였습니다. 내 눈에는 마냥 아기 같았습니다.
집으로 데려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이며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엔젤은 좀처럼 먹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약 일주일 뒤, 엔젤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엔젤을 보내고 일주일을 앓았습니다
김해에 있는 반려견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엔젤을 화장하고 수목장으로 보내 주었습니다.
돌아서는 길에 눈물이 났습니다.
“다시는 엔젤 같은 인연을 만들지 않겠다.”
또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엔젤의 물건도 정리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좀 편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허전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몸살까지 나서 일주일을 끙끙 앓았습니다.
예전의 나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일입니다. 집 안에서 개 키우기를 그토록 싫어하던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를 보내고 이렇게 앓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엔젤과 산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동안 나는 밥을 챙기고, 잃어버릴까 걱정하고, 아플 때는 어떻게든 낫기를 바랐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것은 귀여워하는 것뿐 아니라 그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도 뒤늦게 배웠습니다.
지금도 작은 푸들을 보면 생각납니다
길에서 작은 푸들을 보면 가끔 혼잣말을 합니다.
“우리 엔젤은 이제 안 아프고 잘 지내고 있겠지.”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혹시 엔젤 같은 녀석이 다시 내게 다가온다면 마음이 또 흔들릴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강아지에게 이렇게 정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엔젤은 짧게 머물다 떠났지만, 내 마음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엔젤아, 잘 지내고 있지?”
※ 이 글은 반려견과 함께 지낸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한 것입니다. 당시 사람용 육포를 주었던 일이나 아픈 강아지를 돌본 방법을 반려견 관리법으로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먹거리와 건강 문제는 수의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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