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인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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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넘은 친구의 재혼 결심, 거제도에서 들은 속마음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게 얼마 전 이런 전화가 왔습니다.여기서는 영섭이라고 하겠습니다.앞서 거제도로 둘이 1박 2일 낚시를 갔을 때만 해도, 나는 그 친구가 술김에 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일흔이 넘은 나이에 다시 장가를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정말 결혼정보회사에 돈을 내고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야, 니 진짜였나?”처음에는 그렇게 되물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웃음보다 거제도에서 친구가 했던 말들이 다시 생각났습니다.그날 밤 친구가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중학교 때 내게 볼펜을 주던 친구영섭이를 안 지는 5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중학교 때 그 친구는 집안 형편이 괜찮았습니다. 친구들보다 좋은 옷을 입고 다녔고, 나에게 볼펜 같은 ..
2026.10.21 -
큰 형님이 스님이 된 뒤에야 알게 된 것, 상선약수(上善若水)
형님이 스님이 되었습니다.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형님은 나보다 열 살이 많습니다.내가 어릴 때부터 형님은 집안에서 여러 가지로 가족을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형님이 먼저 나섰습니다. 내가 큰 사고로 다리 수술을 받았을 때도 든든하게 도움을 주었고, 공부할 때는 진정한 나의 스승님이었습니다.돌이켜보면 나는 형님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그런 형님이 나이가 들어 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낯설었습니다.형님의 인생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형님에게도 가족과 살아가는 일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결혼과 가족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모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
2026.10.20 -
친구데이(7·9)에 불러보는 이름, 영수야
2026년 7월 9일. 이날은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친구들을 기억하며 만나는 날이다. 오전 11시, 부산영락공원.우리의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벌써 50년이 넘었다.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자면 밤을 새워도 다 하지 못할 것이다.부자가 된 수근이, 운동을 좋아해 결국 체육관 관장이 된 태호, 그릇가게를 운영했던 창훈이, 원룸 두 채를 가진 정수, 아내와 같은 날 공무원 생활을 마친 익수, 술을 좋아하던 근수.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중학교 선생님 출신 상호와 종수, 영수가 있다.이날 우리는 상호와 종수, 영수를 만나러 왔다.모임에 참석한 친구는 모두 다섯 명이었다. 술을 좋아하던 근수와 그릇가게를 하던 창훈..
2026.10.15 -
“어이, 주병장 아이가!” 45년 만에 부산 깡통시장에서 만난 군대 동기
당면 한 접시를 앞에 놓고 막걸리를 마시다가 옆자리 사람과 군대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눴습니다.그러다 서로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습니다.45년 만이었습니다.“어이, 주병장 아이가!”내가 그렇게 소리치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돌아볼 정도였습니다.그 친구도 나를 알아봤습니다.“육군병장 도병장이네!”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45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군대 동기가 하필 부산 부평동 깡통시장의 내 옆자리에 앉아 있다니.살다 보면 소설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나 봅니다.일흔이 되어 다시 걸어본 고갈비 골목초겨울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날씨도 쌀쌀하고 딱히 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냥 집에 있기 싫어서 혼자 밖으로 나왔습니다. 같이 갈 사람도 없었고요.부산 자갈치시장에 가서 이것..
2026.10.10 -
50년 만에 다시 본 영화 〈해바라기〉, 그날 영도다리에서 첫사랑을 보냈다
50년 만에 영화 〈해바라기〉를 다시 봤습니다.20대 때는 유명한 영화라고 하니 안 보면 촌놈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친구 따라 봤던 영화였습니다. 그때는 전쟁 때문에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는구나, 그 정도로만 봤던 것 같습니다.그런데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쟁 때문에 헤어지고,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있던 남자 주인공이었습니다.저 사람 마음속에는 얼마나 말 못 할 사연이 많을까.그 생각을 하다가 영화를 본 그날 밤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의 〈Try to Remember〉를 다시 찾아 들었습니다.눈을 감고 듣고 있으니 그 영화를 처음 봤던 시절의 기억 하나가 살아났습니다.결혼식을 사흘 앞둔 첫사랑을 영도다리 근처에서 택시에 ..
2026.10.10 -
경조사비 5만 원 때문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옛 직장 상사 아들의 결혼식장이었습니다.축의금을 내고 돌아서는데 옛 직장 동료와 눈이 마주쳤습니다.몇 달 전, 막내딸이 결혼한다며 저에게 연락했던 사람이었습니다.그런데 저는 축의금도 보내지 않았고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습니다.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리고 급히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그날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렸는지 모릅니다.경조사비 5만 원 때문에 사람을 피하다니, 제 자신이 참 부끄러웠습니다.밖으로 나와 한참을 걸었습니다.그러다가 인근 돼지국밥집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술을 마시면서도 계속 그 동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경조사비 30년 치가 컴퓨터 한구석에 들어 있습니다몇 달 전, 휴대폰으로 경조사 문자를 확인하다가 한숨이 나왔습니다.그날은 경조사와 관련된 문자가 세 개나 왔습니다.하나는 사..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