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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싫어하던 내가 강아지를 잃고 파출소까지 찾아갔습니다

dobadalife 2026. 10. 7. 19:09

“다시는 이런 인연 안 만들겠다.”

엔젤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만약 엔젤 같은 녀석이 다시 나한테 온다면 나는 정말 외면할 수 있을까.’

아마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아주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개는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 같은 곳에서 키우는 짐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내가 나중에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잃어버리고 밤새 찾아다니다가 파출소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더군요.

처음에는 정말 개를 싫어했습니다

결혼하고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입니다.

옆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데 아들에게는 그 모습이 그렇게 재미있고 좋아 보였던 모양입니다.

강아지 한 마리만 키우자고 얼마나 졸라대던지 결국 흰털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게 됐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걱정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아들이 밥도 잘 주고 같이 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름쯤 지나자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강아지 밥을 챙기는 것도, 집을 청소하는 것도, 뒤처리하는 것도 내 몫이 되어갔습니다.

아들이 키우겠다고 데려온 강아지인데 정작 내가 돌보게 된 겁니다.

그때 나는 정말 고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아들과 이야기를 해서 강아지를 친척집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집에서 개를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 아들이 벌써 마흔 살이 됐습니다.

개똥 사건으로 다시 한번 마음을 굳혔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상설시장 주차장에서 주차 문제로 젊은 남자와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우리 아들뻘 되는 사람이었는데 강아지를 안고 차에서 내리더니 나에게 따졌습니다.

“어르신네가 참 너무하시네.”

나는 더 상대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타러 나갔다가 기가 막힌 장면을 봤습니다.

바로 그 남자가 자기 강아지의 배설물을 내 차 타이어 근처에서 닦고 있었습니다.

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개똥을 아무 데나 싸면 되나!”

나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남자는 “이럴 수도 있는 거잖아요. 법대로 하세요.”라며 맞섰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몰려와 나에게 참으라고 했고, 나는 씩씩거리면서 차를 타고 나왔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했습니다.

‘역시 나는 집에서 개 키우는 건 정말 싫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손녀의 강아지에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이었습니다.

아들과 손녀가 우리 집에 놀러 왔습니다.

손녀 손에는 아주 작은 토이푸들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강아지를 데려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손녀에게 물었습니다.

“민지야, 강아지가 그렇게 좋나?”

손녀는 강아지를 세 달 정도 키우면서 목욕도 시키고 훈련도 하면서 너무 좋아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 나는 강아지가 특별히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들과 손녀가 마트에 다녀오는 동안 잠깐 강아지를 내가 맡게 됐습니다.

이름은 똘이였습니다.

나는 호기심에 똘이를 안아봤습니다.

그때는 반려견에게 어떤 먹거리를 줘야 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내가 먹고 있던 육포를 조금 줬더니 똘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금세 나에게 친한 척을 했습니다.

마루에 내려놓고 내가 말했습니다.

“손.”

그러자 앞발을 내밀었습니다.

“왼손.”

이번에는 또 왼손을 내밀었습니다.

“앉아.”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앉았습니다.

그러더니 기분이 좋은지 바닥에서 뒹굴면서 애교를 부렸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그전까지 나는 나이 든 이웃들이 반려견을 보물처럼 안고 다니는 것을 봐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식보다 더 좋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런데 똘이가 내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있으니 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아, 이런 마음으로 개를 키우는구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엔젤이 오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참 모릅니다.

얼마 뒤 예전에 개 문제로 다퉜던 그 젊은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나에게 공손하게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우리 손녀가 키우던 똘이와 비슷한 푸들 한 마리를 나에게 주었습니다.

생후 6개월 정도 된 강아지였습니다.

강아지의 원래 이름은 ‘천사’였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그냥 천사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 영어로 엔젤, 엔젤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엔젤’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도 결국 내가 돌보는 일을 떠안다가 친척집으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손녀와 놀던 똘이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나도 한번 제대로 키워보면 어떨까.’

그런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날부터 반려견 관련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평소 TV를 보면 일일연속극을 주로 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엔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동물농장 〉이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같은 프로그램도 자주 봤습니다.

내가 이렇게 변했다는 것이 나 스스로도 신기했습니다.

엔젤을 잃어버리고 파출소까지 찾아갔습니다

어느 날 엔젤을 데리고 뒷산에 갔다가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밤이 되도록 엔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찾아 헤맸습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인근 파출소에 가서 신고까지 했겠습니까.

그날 밤은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다음 날 과일상가 쪽 마트 포장박스 근처에서 엔젤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품에 안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엔젤을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겁이 났습니다.

외출은 열흘에 한 번 정도로 줄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둘이 집에서 놀았습니다.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날에도 엔젤은 또랑또랑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나는 그 눈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가 내가 자기를 얼마나 귀여워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하지 않았을 겁니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알게 된 것

돌이켜보면 내게는 두 번의 반려견 경험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강아지는 아들이 키우겠다고 데려왔지만 보름쯤 지나자 내가 밥과 청소를 맡게 됐습니다.

결국 친척집으로 보냈습니다.

그때 나는 개를 키우는 것이 힘들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젤은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마음을 주고 직접 키웠습니다.

그래서 엔젤을 잃어버렸을 때는 파출소까지 찾아갔습니다.

그때 나는 처음 알았습니다.

반려견과 산다는 것은 예뻐하는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먹이고 돌보는 일도 있습니다.

아플까 걱정하는 일도 있습니다.

혹시 잃어버릴까 두려운 순간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헤어지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생후 두 살, 엔젤이 아팠습니다

엔젤과 약 1년을 꿈같이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엔젤의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힘이 없어 보이고 밥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물만 계속 마시고 이틀, 사흘 동안 축 처져 있었습니다.

나는 너무 걱정돼서 동물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당시 X선 촬영과 진찰을 받았고, 수의사에게 위쪽에도 이상이 보이고 장에도 심한 문제가 있으며 염증과 악성종양이 심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수의사는 사람으로 치면 말기암에 가까운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엔젤은 생후 두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내 눈에는 아직도 어린 강아지였습니다.

집으로 데려와 처방받은 약을 먹이며 지켜봤습니다.

엔젤은 밥을 거의 먹지 못했고 우유나 물 정도만 조금씩 넘겼습니다.

그리고 약 일주일 뒤였습니다.

우리 엔젤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개 한 마리를 보내고 몸살까지 앓았습니다

나는 친자식을 잃은 것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너무나 정이 들었습니다.

나는 원래 ‘뜨거운 정’이라는 것은 사람끼리만 가질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젤을 보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에게 느끼는 정과 엔젤에게 느끼는 정이 뭐가 그렇게 다를까.

내 자식이 먼저 떠난 것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는 엔젤과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해에 있는 반려견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화장을 하고 수목장을 했습니다.

돌아서 나오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엔젤 같은 인연을 만들지 않겠다.”

집으로 돌아온 뒤 엔젤의 물건과 흔적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몸살이 났습니다.

일주일을 끙끙 앓았습니다.

예전의 나였다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을 일입니다.

개는 마당 넓은 시골집에서나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를 떠나보내고 몸살까지 앓았으니까요.

지금도 다른 강아지를 보면 엔젤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보면 가끔 엔젤 생각이 납니다.

그러면 혼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엔젤은 하늘나라에서 진짜 천사가 돼서 이제는 안 아프고 잘 살고 있겠지.”

물론 정말 그런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처음 엔젤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했던 약속도 생각납니다.

다시는 이런 인연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약속을 자신 있게 지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만약 어느 날 엔젤 같은 녀석이 다시 나에게 온다면,

나는 또 마음이 흔들릴 것 같습니다.

아마 다시 고민하고,

또 정을 주고,

또 걱정하고,

또 함께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납니다.

사람과의 인연도 있고, 동물과의 인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선택해서 시작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 인연이 나를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개를 싫어했던 내가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밤새 찾아다녔던 것처럼 말입니다.

엔젤은 짧은 생을 살고 떠났지만, 나에게는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다른 강아지를 보면 잠시 멈춰 서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합니다.

“엔젤아, 잘 지내고 있지?”

아마 이것이 내가 엔젤과 맺었던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