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인연 안 만들겠다.”엔젤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그렇게 맹세했어요.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에서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엔젤 같은 녀석이 다시 나한테 온다면 나는 정말 외면할 수 있을까.참 이상하지요. 나는 오래전부터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아주 싫어했던 사람입니다.개는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 같은 데서 키우는 짐승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나중에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잃어버리고 밤새 찾아다니다 파출소에 신고까지 했습니다.반려견 반대했던 나, 아들 강아지와 개똥 사건내가 결혼하고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옆집 친구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고 좋아 보였나 봅니다. 아들이 강아지 한 마리만 키우자고 얼마나 졸라대던지 결국 흰털 강아..
“행님요. 20년을 넣었는데 몇 달 전에 해약했거든요. 그런데 위암이라네요.”이종사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가게 장사가 어려워 반지와 목걸이까지 팔았고, 오랫동안 넣던 암보험도 해약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검진에서 위암 초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나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마침 나도 그 무렵 보험료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매달 25일쯤 되면 보험료 빠져나간다는 문자가 왔다. 실손보험부터 여러 보험을 합치면 한 달에 약 41만원이었다.벌이가 줄어든 70살에게 41만원은 그냥 숫자가 아니었다.매달 빠져나가는 41만원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젊어서 월급을 받을 때와 퇴직하고 난 뒤의 41만원은 느낌이 달랐다.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속도는 느려졌는데 보험료는 날짜가 되면 꼬박꼬..
옛 직장 상사 아들 결혼식장이었어요. 축의금을 내고 돌아서는데 옛 직장 동료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몇 달 전에 딸 결혼한다고 나한테 연락을 줬던 사람인데, 나는 부조도 안 하고 가지도 않았거든요.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리고 급히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날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렸는지 몰라요. 그 돈 몇 푼 때문에 참, 이렇게 사나이 자존심을 구겨버리다니.부의금 관리, 30년치 한글파일에 이름만 주욱오늘 아침에 폰으로 문자를 확인하다가 몇 달 전 문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날 부의금 관련해서 문자가 세 개나 왔던 날입니다. 하나는 사촌 딸이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고, 또 하나는 친구 모친이 돌아가셔서 연락이 왔고, 또 하나는 옛 직장 동료가 막내딸 결혼시킨다고 문자가 왔습..
그날 언양 시장에서 나는 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어요. 리어카 위에 있는 과일들과 일회용 비닐봉투 꾸러미, 그 옆에 선 한 사람이 내가 알던 목욕탕 김사장이었어요. 허름한 옷차림에 면도도 안 해서 하얀 턱수염이 수북했습니다. 부산에서 제법 큰 과일상점을 했고 지금은 자식에게 물려주고 한 달에 용돈을 200만원씩 받는다던 그 양반이요. 울산 5일장에서 '어어' 하고 그렇게 만났습니다.달 목욕, 은퇴 후 9년째 하루 5000원나이 들수록 단정해야지 싶어서 나는 달 목욕을 다닙니다. 달 목욕이라는 게 별건 아니고, 하루 목욕비가 9000원인데 한 달치를 미리 신청하면 하루 5000원 정도로 계산이 되는 겁니다. 매일 다니는 사람한테는 이게 딱 맞아요. 그래서 은퇴 후 지금까지 이걸 고수해 왔습니다. 은퇴한 지가..
“파산이라는 말까지 찾아봤다. 죽을 때까지 빚을 안고 사는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비참했다.”내 나이 70살이다. 말년에 아들과 함께 가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내 명의로 사업자를 내고 시작했다. 잘되면 아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도 마지막으로 뭔가 하나 해냈다는 생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가진 돈만으로는 부족해서 대출도 받았다. 아내도 힘을 보탰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함께 시작한 가게가 지금은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월세도 두 번이나 밀렸다. 그런데도 아직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하루 매출 70~100만원인데 돈이 남지 않았다지금 가게 하루 매출은 대략 7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다. 숫자만 들으면 장사가 그렇게 안되는 것도 아닌데 왜 힘드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
“하이에나처럼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중이다.”현재 내 나이 70살이다. 일에 대한 열정은 남아 있지만 나를 받아주는 곳은 만만치 않다. 개인 사정으로 경남 양산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혼자 살다 보니,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밤에는 내 모습이 작아 보이고 새벽에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안경을 쓰고 리모컨을 누르며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70살, 하이에나처럼 일자리를 찾는 중나는 지금도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하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이 보이면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내 표현으로는 하이에나처럼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중이다. 먹고사는 문제도 있지만, 아직 내 몸과 머리를 써서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