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직장 상사 아들 결혼식장이었습니다.축의금을 내고 돌아서는데 옛 직장 동료와 눈이 마주쳤습니다.몇 달 전에 딸 결혼한다고 나한테 연락을 줬던 사람입니다.그런데 나는 부조도 하지 않았고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습니다.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리고 급히 밖으로 나와버렸습니다.그날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렸는지 모릅니다.그 돈 몇 푼 때문에 참, 이렇게 사나이 자존심을 구겨버리다니.밖으로 나와 한참을 걸었습니다.그러다가 인근 돼지국밥집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술을 마시면서도 계속 그 동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경조사비 30년치, 컴퓨터 한구석에 들어 있습니다오늘 아침 휴대폰을 보다가 몇 달 전 문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그날은 경조사와 관련된 문자가 세 개나 왔던 날입니다...
은퇴한 옛 직장 동료와 금정산에 산행을 갔다가 하산하는 길이었습니다.그때 비보를 들었습니다.고등학교 때부터 약 55년을 붙어 다닌 친구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나는 그 길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너무나 허망했습니다.슬퍼서 눈물도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친구들은 그 친구를 이박사라고 불렀습니다.학창 시절부터 똑똑하고 영리해서 친구들이 박사라고 불렀던 친구였습니다.병원에 서 있으니 지난 세월이 자꾸 떠올랐습니다.‘이런 친구도 가는구나.’그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러다 갑자기 친구가 미워지기도 했습니다.왜 미웠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그저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친구가 야속했던 것 같습니다.아들에게 처음 꺼낸 1,400만 원 이야기장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나는 며칠을 고민하다..
50년 만에 영화 〈해바라기〉를 다시 봤습니다.20대 때는 유명한 영화라고 하니 안 보면 촌놈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친구 따라 봤던 영화였습니다. 그때는 전쟁 때문에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는구나, 그 정도로만 봤던 것 같습니다.그런데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쟁 때문에 헤어지고,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있던 남자 주인공이었습니다.저 사람 마음속에는 얼마나 말 못 할 사연이 많을까.그 생각을 하다가 영화를 본 그날 밤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의 〈Try to Remember〉를 다시 찾아 들었습니다.눈을 감고 듣고 있으니 그 영화를 처음 봤던 시절의 기억 하나가 살아났습니다.결혼식을 사흘 앞둔 첫사랑을 영도다리 근처에서 택시에 ..
형이 스님이 되었습니다.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형은 나보다 열 살이 많습니다.내가 어릴 때부터 형은 집안에서 여러 가지로 가족을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가족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형이 먼저 나섰습니다.내가 수술을 받았을 때도 형이 도움을 주었고, 공부할 때 필요한 일이 있으면 형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돌이켜보면 나는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습니다.그런 형이 나이가 들어 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낯설었습니다.형의 인생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형에게도 가족과 살아가는 일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결혼과 가족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었습니다.가족이란 가까운 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그런 시간을 지나온 형이 어느 ..
오래된 친구 셋이 당구장에 모였습니다.우리는 벌써 50년이 넘게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젊었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친구들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각자의 생활이 달라지고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하게 됐습니다.그래도 가끔 만나면 신기하게도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이번에도 친구들과 당구를 치기로 했습니다.당구를 치기 시작하니 나이 이야기도 잊고 서로 공을 놓고 웃고 떠들었습니다.누가 잘 치는지 따지기보다는 그냥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당구를 치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젊었을 때 친구들과 당구장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당구를 치다가 배가 고프면 같이 밥을 먹고, 술 한잔을 하기도 했습니다.그때는 돈도 많지 않았고 특별히 좋은 것을 먹지도 못했습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