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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

70대 은퇴자, 타로 자격증을 따고도 가게는 차리지 않은 이유

dobadalife 2026. 8. 6. 16:48

목차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는데 걱정이 먼저 들어왔다.

    예전 같았으면 탕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풀리고 머릿속도 조용해졌다. 그런데 은퇴하고, 특히 70살이 되고부터는 몸은 쉬는데 생각은 쉬지를 않았다.

    당장 생활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돈 생각이 들어왔다가 건강 생각이 따라왔다.

    13년 전에 위와 대장 쪽으로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의사에게 거의 완쾌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일상생활에도 큰 문제는 없다.

    그래도 한번 크게 아파본 기억은 몸보다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것 같다.

    70살이 되고 달라진 것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진 게 아니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이걸 계속 감당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은퇴 10년, 새 일을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나는 부산시설관리공단에서 은퇴한 지 10년 정도 됐다.

    직장에 다닐 때는 정해진 시간에 나가야 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은퇴하고 나니 내가 마음먹지 않으면 굳이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욕심이 다 없어진 것은 아니다.

    누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 하면 나도 한번 해볼까 싶고, 자격증 이야기를 들으면 또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다만 예전하고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덤비지는 않게 됐다.

    시작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시작하고 나서도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 지금 편하게 살고 있는 생활을 흔들면서까지 할 일인지 한번 더 생각한다.

    그걸 가장 확실하게 느낀 일이 타로였다.

    타로 자격증까지 땄는데 권리금 이야기에 바로 접었다

    타로 자격증을 들고있는 나

    나는 타로 자격증이 있다.

    내가 이런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처음부터 타로로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은퇴하고 심심하기도 했고 카드를 보면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어서 배우다 보니 자격증까지 땄다.

    길을 다니다 타로 가게가 보이면 나도 작은 가게 하나 차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 이야기 들어주고 카드도 봐주면서 하루를 보내면 심심하지도 않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생각으로는 참 괜찮았다.

    그런데 실제로 가게 이야기를 알아보다 보니 권리금도 필요하고 시작하려면 돈이 제법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접었다.

    “우아, 혼자 재미로 하는 것하고 가게 얻어서 장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구나.”

    자격증을 따는 것까지는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큰돈을 넣고 가게를 얻은 뒤 매달 비용을 책임지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예전 같으면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 하고 덤볐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은퇴 후 새로운 일을 볼 때 먼저 생각하게 된 것

    • 시작할 때 큰돈이 들어가는가
    • 시작하고 나서도 돈과 시간을 계속 감당해야 하는가
    • 장사로 만들지 않아도 내가 재미있게 계속할 수 있는가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냥 내가 70살이 되고 나서 새 일을 볼 때 실제로 생각하게 된 기준이다.

    가게는 포기했지만 타로는 남겨뒀다

    가게를 차리지 않았다고 타로까지 그만둔 것은 아니다.

    지금도 혼자 카드를 보기도 하고 친구나 지인에게 재미로 봐주기도 한다.

    한번은 친구가 동창회 모임에 가입할까 말까 고민한다고 했다.

    카드를 보고 나는 가입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친구는 실제로 가입했고 처음 한두 번은 모임에도 나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 모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생각했다.

    나는 타로를 사람의 먼 미래까지 정해주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마음도 달라지고 상황도 바뀐다. 그날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해서 몇 달 뒤 마음까지 그대로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내게 타로는 미래를 확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친구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는 재미에 더 가깝다.

    가게도 필요 없고 손님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을 때 카드를 꺼내고 싫으면 그냥 덮어두면 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원했던 것이 정말 타로 가게 사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늙어서 심심할 때 꺼내놓을 재미 하나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새벽 4시,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요즘 나는 새벽 4시쯤이면 그냥 눈이 떠진다.

    알람을 맞춰놓고 억지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눈을 뜨면 음악을 좋아하니까 음악방송을 틀어놓는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가볍게 스트레칭도 한다.

    그 뒤에는 텔레비전을 켠다. 뉴스를 보기도 하고 오락물을 보기도 하고 스포츠도 본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걷기도 하고 목욕탕에도 간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겉으로 보면 별것 없는 하루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생활을 두고 ‘내가 너무 하는 것 없이 사는 것 아닌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타로 가게를 차린다고 큰돈을 넣는 것보다 자격증 하나를 재미로 써먹고, 친구 이야기 한번 들어주고, 새벽에 음악을 틀어놓고 몸을 푸는 것이 지금의 나한테는 더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다.

    목욕탕 물속에 앉아 있으면 아직도 돈 생각도 하고 건강 생각도 한다.

    그렇다고 그 걱정을 없애려고 또 큰일을 벌일 생각은 없다.

    70살이 되고 보니 새로 시작하는 것만 도전은 아니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알고 그 안에서 계속하는 것도 내 나름의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