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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

69세에 처음 면허 딴 친구, 면허취소 뒤 칠순 넘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dobadalife 2026. 8. 25. 10:07

목차


    칠순을 넘긴 나이에 과감하게 또 필기와 실기시험을 보고 면허를 다시 땄습니다.

    내가 그 소식을 듣고 감동을 먹은 사람은 국민학교 동창 철수입니다. 여기서는 철수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처음 운전면허를 딴 것도 늦었습니다.

    69살이었습니다.

    6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가 69살에 처음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배수로에도 빠지고, 과태료 고지서도 받고, 결국 면허까지 취소됐습니다. 그런데 칠순을 넘기고 다시 시험장에 갔습니다.

    인간문화재, 69세 철수의 비밀

    2년 전 정월달, 꽤 추웠던 때였습니다.

    철수는 그 당시 69세였고 국민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60년지기 친구였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운전면허가 없는 남자라고 다른 친구들이 종종 놀렸습니다.

    “야, 니는 인간문화재 감이다.”

    철수는 덩치에 비해 새침한 구석이 있지만 음주가무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동네 유지 같은 친구입니다.

    그런 철수가 어느 날 가족한테도, 친한 친구인 나한테도 말하지 않고 혼자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면허증을 따버렸어요.

    그 소식을 듣고 왜 69살이 되어서야 갑자기 운전을 배우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오래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철수가 20대였을 때 사촌형이 몰던 1톤 트럭에 발등을 다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발등 쪽 뼈에 금이 간 정도였지만 약 6개월 동안 고생했다고 했어요.

    그때 철수가 결심했다고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운전 안 한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 시간도 많아지고 무료함도 생겼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이 차에 여자 동창생도 태우고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고 합니다.

    마음 한번 바뀌니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면허를 따자마자 SUV를 한 대 뽑더니 나한테 말했어요.

    “친구야, 이제 실전 운전 좀 가르쳐도.”

    전문 운전학원 강사도 아닌 내가 늙으막에 친구 운전 조교가 된 겁니다.

    “친구야, 우리 마이 살았다 아이가”

    처음에는 일요일마다 조금 한적한 시외로 나갔습니다.

    덩치 큰 철수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손이 벌벌 떨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적응을 하더라고요.

    5일 정도 연습하고 나니 고속도로도 한번 달려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자기 고향마을까지 직접 운전해서 가겠다는 겁니다.

    겁도 없이 용감했어요.

    차 안에서 억지로 흥을 내며 콧노래까지 부릅니다.

    “친구야, 우리 마이 살았다 아이가.”

    나는 웃으면서도 옆에서 약간 겁이 났어요.

    그렇게 무사히 고향 시골길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눈 한번 깜빡하는 사이에 차 한쪽 바퀴가 논두렁 옆 배수로에 빠져버렸어요.

    나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고 빙신아, 브레이크 엿 바꿔 먹었나. 왜 브레이크는 안 밟고 뭐했노.”

    내가 보기에는 순간적으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헷갈린 것 같았습니다.

    덩치는 큰 놈이 선생님한테 혼나는 학생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모습이 웃음도 나고 그립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수를 차에 두고 내가 견인차를 불렀습니다.

    사태를 수습한 뒤에는 내가 운전해서 부산으로 돌아왔어요.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서 배까지 쫄쫄 굶었습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철수 동네 돼지갈비집에 들어가 둘이 돼지갈비를 마구잡이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철수는 운전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틀에 한 번꼴로 돌아다녔어요.

    내가 보기에도 이제 정말 혼자 운전대를 맡겨도 되겠다 싶을 무렵 마지막 수업으로 부산에서 대구 쪽 고속도로까지 철수가 직접 운전했습니다.

    그날로 내 운전조교 생활도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직접 옆에서 가르쳐보니 하나는 알겠더군요.

    운전면허를 땄다는 것과 실제 도로에서 익숙하게 운전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운전 기술만 봤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한속도와 표지판을 스스로 확인하는 습관도 실전운전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과태료 4장, 그리고 결국 면허가 취소됐다

    마지막 수업을 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철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부터 잔뜩 화가 나 있었어요.

    “야 친구야, 내 이 차 팔아버릴끼다. 니하고 내하고 경찰서 가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속도위반 과태료 고지서가 네 장이나 왔다는 겁니다.

    내 기억으로는 네 건을 합쳐 38만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노인보호구역도 있었고 스쿨존도 있었고 일반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긴 것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옆에서 단속카메라를 좀 더 알려줬어야 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도 아니었어요.

    면허를 땄으면 이제 표지판과 제한속도를 보고 운전하는 것도 본인이 배워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철수에게 말했어요.

    “운전조교 선생님한테 수업료 줬다고 생각하고 마음 비워라.”

    그렇게 한번 웃고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더 큰 일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저녁 철수가 집안 모임에 갔다가 술을 마셨습니다. 대리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고 나중에 나한테 이야기했습니다.

    집 근처 상가 주차장에 차를 대다가 옆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문짝을 파손하고 담벼락까지 들이받았습니다.

    다행히 사람이 다친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 사고 신고를 했고, 철수에게 직접 들은 바로는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9%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면허는 취소됐고 벌금도 약 600만원을 냈다고 했어요.

    이 부분은 웃으며 넘길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리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술을 마셨으면 운전대를 잡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현재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운전면허 취소 기준에 해당합니다.

    그 뒤 철수는 차를 아는 동생에게 헐값에 팔았습니다.

    무면허 신세가 된 철수는 한동안 풀이 죽어 지냈어요.

    그 후 약 2년 동안은 내 차를 타고 같이 놀러 다녔습니다.

    시외로 나갈 때면 옛날 생각이 난다고 하면서도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나는 이제 운전 안 하니까 술 내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좋다.”

    그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습니다.

    칠순 넘어 다시 면허를 따고, 이번에는 그랜저를 샀다

    그렇게 2년 정도가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했습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다시 시험을 본 겁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필기와 실기시험을 다시 준비해서 모두 합격했다고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를 잃었던 잘못이 그걸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 나이에 다시 시험을 보고 면허를 따낸 집념만큼은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철수한테 또 한번 감동을 먹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나이에 맞는다면서 그랜저를 뽑았습니다.

    문제는 집입니다.

    마누라는 차를 당장 팔아 없애라고 하고 철수는 차를 지키겠다고 매일 도망 다니기 바쁩니다.

    참고로 70세가 넘었다고 운전면허를 의무적으로 반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도로교통공단 안내상 70세 이상 제2종 운전면허 소지자는 갱신 때 적성검사 대상입니다. 나이가 아니라 실제 운전능력과 법에서 정한 갱신·검사 절차를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 철수가 또 나한테 말했어요.

    “친구야, 이번에는 좀 멀리 가자. 강원도 3박 4일 어떻노?”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강원도 3박 4일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 운전대를 잡을 때 손을 벌벌 떨던 친구, 논두렁 배수로에 바퀴를 빠뜨리고 나한테 혼나던 친구, 한번 크게 잘못하고 운전대를 놓았던 친구가 다시 내 옆에서 그랜저 키를 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옆에서 예전보다 잔소리를 좀 더 할 생각입니다.

    철수야, 강원도 가는 건 좋다. 이번에는 천천히 가자.